제229장 못 받아주겠는데요
프로젝트팀 회의실.
밝은 햇살이 창밖에서 쏟아져 들어오며 창가에 놓인 남성 마네킹의 파란 정장 위로 내려앉았다.
여자는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정장의 칼라를 집어 들고 천천히 비벼 보았다. 손끝으로 옷감의 질감을 느끼는 듯했다.
“이건 누가 디자인한 거죠?”
그녀는 몸을 돌리며 차가운 눈길로 몇몇 디자이너들을 둘러봤다.
모두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표정이 복잡한 진소희에게로 쏠렸다.
10분 전, 정수진이 프로젝트팀 전 직원 앞에서 그녀가 바로 최지영이고 이번 프로젝트의 디자인 주역이라고 발표했을 때 진소희의 얼굴에는 온갖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처음에는 의심, 곧이어 믿을 수 없다는 표정, 그다음에는 불안과 초조함이 엿보였다.
지금 그녀의 표정은 자신이 저지른 일이 들킬까 두려워하는 도둑처럼 보였다.
김유정은 눈앞의 정장을 가만히 바라보며 익숙한 디자인에 가볍게 웃음을 터트렸다.
“이거 소희 씨가 한 거예요?”
진소희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입술만 달싹였다.
‘그렇다’고 하면 곧바로 김유정에게 거짓말이 들통날 게 뻔했고 그녀가 아무리 변명해도 최지영이라는 이름의 절대적인 위치 때문에 아무도 자신을 믿지 않을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그녀는 표절자로 낙인찍히고 업계에서 영원히 퇴출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아니다’라고 하면 스스로 모순에 빠져 자백하는 셈이 되고 이 디자인이 이미 연수호의 승인을 받은 것이기에 거짓말의 대가는 훨씬 더 클 것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진소희는 속으로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때 김유정이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디자인은 잘했네요.”
진소희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녀를 쳐다봤다.
이 디자인은 분명 그녀의 사무실에서 곽혜인이 훔쳐 간 것이었는데 김유정은 어째서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걸까?
그러나 곧이어 들려온 그녀의 말에 진소희의 안도감은 무너졌다.
“하지만 소희 씨는 본인의 디자인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같네요. 소희 씨가 그린 디자인 스케치와 완성된 정장은 완전히 어긋났어요.”
김유정은 손끝으로 천을 매만지며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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