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3장 다른 여자
정아진은 자신이 아파서 흐느끼는 소리가 똑똑히 들렸다.
소파 위에 앉은 연수호의 눈빛은 깊었고 무엇을 생각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녀가 방금 질문을 던진 뒤로 그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정아진은 생각했다.김유정이 과연 연수호가 얼마나 폭력적이고 잔인하며 치밀한 사람인지 알까? 매일 같은 침대에 누워 자는 남자의 손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피가 묻어 있는지 알까?
만약 김유정이 그걸 알게 된다면, 오늘 이 순간의 자신처럼 그를 두려워하게 될까? 그리고 필사적으로 떠나려고 할까?
그때 연수호가 손을 들어 신호하자 문이 열리고 건장한 남자들이 들어왔다. 그들은 바로 정아진 쪽으로 다가왔다.
정아진은 의도를 알아차린 듯 눈을 크게 뜨고 경계했고, 일어서려 했지만 다리에 힘이 풀려 소파에서 바닥으로 굴러떨어지듯 주저앉았다.
“뭐 하는 거야!”
그녀는 절망스레 연수호를 돌아보며 소리쳤다.
“수호야, 지금 뭐 하려는 건데!”
연수호는 라이터를 굴리면서 그녀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네가 서지태 시켜서 유정이를 어떻게 몰아세웠는지 똑같이 겪어 봐. 그래야 알겠지.”
그는 줄곧 생각하고 있었다. 김유정이 당시 어떤 공포를 느꼈고, 정신적으로 어떻게 무너졌을지.
무력감과 두려움, 절망이 그녀의 견고했던 마음을 산산이 부쉈을 것이다. 그 강한 여자가 그토록 겁에 질렸을 정도면 말이다.
문을 부수고 들어갔을 때의 상황을 떠올리면 그는 지금도 가슴 한구석이 불편해졌다.
연수호는 담배를 크게 한 모금 빨아들였다가 바닥에 버려 꺼 버렸다.
“싫어! 수호야, 부탁이야, 제발 그러지 마!”
정아진은 목이 터져라 울부짖었지만 건장한 남자들은 거칠게 그녀를 끌고 나갔다. 문이 닫힌 뒤에도 그녀의 절망 어린 비명은 희미하게 들렸다.
안수철이 다가와 연수호 곁에 섰다.
“도련님, 어떻게 처리할까요?”
안수철은 연수호가 여자를 능욕하는 식의 비열한 수단을 극도로 싫어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아까 한 말은 그냥 정신적인 공포를 줘서 절망을 느끼게 하기 위한 것일 터였다.
연수호는 찌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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