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1장 사랑해 줘
욕조 안의 물이 거세게 출렁이며 넘쳤고 화장실 안은 또다시 아찔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원래라면 10분이면 끝났을 목욕이 결국 3시간이나 계속되고 말았다.
장미영은 아래층에서 음식을 데웠다가 식으면 또다시 데우길 반복했다. 그러다가 연수호가 쉬라고 전하고 나서야 물러났다.
그가 아래로 내려왔을 때는 이미 밤 열 시가 다 되어 있었다. 그는 흰색 잠옷 차림으로, 갈색 머리칼이 반쯤 말린 상태로 이마에 드리워져 눈가를 가리고 있었다.
소파에 앉은 그는 옅은 보랏빛 실크 잠옷을 입고 약상자를 꺼내는 김유정을 바라보고 있었다. 시선은 내내 그녀에게 고정되어 있었고 입가에는 자연스러운 미소가 스쳤다.
김유정은 약상자를 들고 그의 곁에 앉았다.
이미 물에 젖어 피까지 스며든 붕대를 보고는 얇은 눈썹 사이가 살짝 좁혀졌다.
연수호는 자연스럽게 오른팔을 쿠션 위에 뻗으며 말했다.
“김유정, 나 또 너 때문에 다쳤어.”
김유정은 조심스레 그의 붕대를 풀어주다가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게 왜 내 탓이야?”
“네가 아니었으면 내 팔에 물 안 닿았을 거고 상처도 안 벌어졌을 거야.”
그가 너무도 당연하다는 투로 말했다.
“...”
김유정은 말문이 막힌 채 아무 말도 못 했다.
연수호는 소파에 몸을 기댔다. 머리 위에서 떨어지는 조명은 그의 깎아놓은 듯한 이목구비를 한층 선명하게 비췄다. 욕망을 한껏 채운 뒤의 나른함과 묘한 여유가 깃든 눈빛은 그의 얼굴에 은은한 기운을 더했다.
김유정은 연보랏빛 실크 슬립을 입고 있었고 미끄러운 재질은 그녀 피부처럼 부드럽고 탄력이 있었다. 그녀가 다시 약을 바르고 붕대를 감아주는 모습은 유난히 정성스러워 보였다.
“참, 이정 오피스텔 쪽에서 오늘 뭔가 보내왔더라.”
비록 물건은 이미 버렸지만 김유정에게는 알려야겠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그녀가 그의 상처를 소독하던 손길이 약간 떨리더니 곧 다시 움직임을 이어 갔다.
“뭐였는데?”
연수호는 그녀의 미세한 표정을 놓치지 않았다.
“과자 몇 상자였어.”
조명 아래서 그녀의 긴 속눈썹이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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