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8장 목숨을 내던지다
내비게이션 화면에는 붉은 점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운전석에 앉은 남자는 하늘을 찌를 듯 웅장한 빌딩을 힐끗 바라보며 손에 쥔 전화로 통화를 시도했다.
전화는 두 번 울렸지만 받는 사람이 없었다.
연수호는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
‘김유정 얘는 일만 시작하면 전화 울리는 것도 못 듣는 거냐?’
몇 초 뒤, 차의 현재 위치가 내비게이션의 붉은 점과 겹쳤다.
슈퍼카가 멈추기도 전에 날카로운 자동차 엔진 소리가 귀를 때렸다.
연수호는 무심코 고개를 들었다가 하얀 옷차림의 가녀린 실루엣에 시선이 닿았다. 그 순간 그는 눈이 번뜩였다.
그리고 바로 다음 순간, 그는 망설임 없이 달리는 슈퍼카의 가속페달을 힘껏 밟고 김유정을 향해 돌진해 가는 검은색 아우디 쪽으로 들이받았다.
불과 2초 안에 벌어진 상황이었다.
갑자기 튀어나온 부가티 베이런이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 검은색 아우디의 오른쪽을 세차게 들이받은 것이다.
가속페달을 밟은 찰나 연수호 머릿속에는 오직 한 생각만 스쳤다.
‘김유정, 너 대체 왜 피하지 않는 거야!’
시속을 높인 슈퍼카가 눈앞에서 잔상을 그리듯 스쳐 지나가더니 곧 조수석 문이 거칠게 열렸다. 검은색 그림자가 조수석에서 재빠르게 뛰어내렸다.
온몸의 혈액이 얼어붙을 것만 같은 순간, 김유정은 눈앞이 잠깐 새까매지더니 누군가에게 세차게 안겼다. 반응할 틈도 없이 뜨거운 체온을 지닌 상대가 그녀를 감싸안고 땅바닥을 몇 바퀴 굴렀다.
귓가에는 두 차량이 충돌하는 굉음과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는 소리, 놀란 행인들의 비명이 뒤섞여 귀를 때렸다. 사람들이 허둥지둥 전화를 걸어 사고를 알리는 소리도 들려왔다.
김유정은 가슴이 미친 듯이 뛰어 사지가 저릿저릿했다. 익숙한 듯한 나무 향이 코끝으로 스쳤고, 눈동자가 가늘게 흔들리며 자신을 감싸고 있는 남자를 바라봤다.
고개를 들자 흠잡을 데 없이 잘생긴 얼굴과 살짝 흐트러진 갈색 머리칼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는 한 손으로 김유정의 뒤통수를 받쳐 머리를 다치지 않도록 했고, 다른 손은 그녀의 허리를 꽉 붙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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