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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장 김유정에 대한 마음

연보라색 슈퍼카가 빌딩 앞에 멈춰 섰다. 어찌나 반짝반짝 빛나는지 지나가는 사람마다 눈길을 떼지 못했다. 김유정이 차에서 내려오는데 마침 새로 개업한 꽃집에서 원 플러스 원 행사를 하는 걸 보였다. 원래 커피숍이었지만 그곳을 어떤 사장이 매입해 투자에 쓴다던 게 떠올랐다. 커피숍이 빠진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꽃집이 들어설 줄은 몰랐다. 커피숍은 샐러리맨의 수요를 잘 만족시켰기에 장사가 꽤 잘되는 편이었지만 새로 들어선 꽃집은 드나드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리듬이 빠른 회사 구역에서 꽃집을 하는 건 확실히 탁월한 선택은 아닌 것 같았다. 사장이 무슨 생각으로 여기에 꽃집을 투자했는지는 모르지만 이런 간단한 비즈니스 마인드도 없이 투자에 뛰어들었다면 그 사장이 곧 가문을 말아먹을 막무가내 재벌 2세가 아니고서는 불가능할 것 같았다. 김유정은 꽃집 이름을 힐끔 쳐다봤다. [러브 유] 그러더니 이내 미간을 찌푸리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러브유? 사랑해?’ 역시나 사장은 사랑에 미친 재벌 2세 같았다. 시선을 거둔 김유정은 얼른 회사로 들어갔다. 길 맞은편 까만 에디스 차량에서 누군가 그녀를 주시하고 있다는 건 눈치채지 못한 채 말이다. 차에 앉은 사람은 김유정이 회사로 들어가고 나서야 천천히 시선을 거뒀다. “사모님, 보셨어요?” 뒷좌석에 앉은 정아진이 조보영의 시선을 따라 한 사람을 짚었다. “아까 저 사람이 바로 연수호의 아내 김유정이에요.” 조보영은 다소 젊어보이는 여자를 보며 이렇게 물었다. “나를 여기로 데려온 이유가 뭐죠?” 조보영은 정아진과 초면이 아니었다. 서지태가 병실에 누워있을 때 과일 바구니를 들고 문병하러 온 적이 있어 얼굴은 기억하고 있었지만 이번에는 바로 집으로 전화해 도와주겠다고 자청했다. 정아진을 바라보는 조보영의 눈빛은 온통 의심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정아진은 그런 조보영을 이해할 수 있었다. 50이 넘는 나이에 아이는 사고로 두 손을 잃었고 남편은 쓰러졌을뿐더러 회사까지 망해가니 그녀를 도와줄 사람은 그 누구도 없다고 봐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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