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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장 계속 비밀 연애하려고

추석이 지나자 날씨가 꽤 쌀쌀해졌고 아침 햇살도 예전처럼 쨍쨍하지 않았다. 휴스턴 별장. 창문으로 새어든 햇빛이 주방을 밝게 비추자 몸은 금세 따듯해졌다. 맞은편에 앉은 연수호는 진한 색깔의 깔끔한 슈트에 같은 계열의 넥타이를 했는데 그 위로 보이는 깔끔하게 정리된 갈색의 포마드 머리와도 아주 잘 어울렸다. 거기에 창문으로 새어든 햇살까지 더해지자 잘생긴 얼굴이 뭔가 더 부드러워 보였다. 김유정은 느긋하게 베이컨을 자르는 연수호를 보며 이렇게 물었다. “오늘 회사 나갈 거야?” “응.” 연수호가 눈꺼풀을 들고 이렇게 대답하더니 옆에 놓인 우유를 건네주고는 김유정 앞에 놓인 커피를 가져갔다. “오늘 계획 있어? 나가서 돌아다니고 싶으면 안수철 데리고 나가.” 추석날 그 일을 당하고부터 휴스턴 별장에는 보디가드가 많아졌고 김유정이 외출할 때면 보디가드를 배정했다. “아니. 나 오늘 회사 나갈 거야.” 김유정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이미 회사를 나가지 않은 지 한 달이 넘었다. 서준재가 보채지는 않았지만 김유정은 회사에 아직 해야 할 설계 작업이 많다는 걸 알고 있었고 더 자리를 비웠다가는 다른 동료들 얼굴을 보기가 민망해질 것 같았다. 연수호가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김유정을 바라봤다. “유안 그룹?” 김유정이 연수호를 보며 웃었다. “자성 그룹.” 김유정의 대답에 연수호가 혀를 끌끌 찼다. “아니면 그냥 사모님이라는 신분을 밝혀. 그러면 이렇게 복잡해질 거 없잖아.” “안돼.” 김유정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거절했다. “우리가 한 약속 잊은 거 아니지? 서로의 커리어에 간섭하지 않기로 한 거.” “그래?” 연수호가 눈썹을 추켜세웠다. “지금 유안 그룹은 네가 다니는 그 작고 보잘것없는 회사의 갑이야. 다른 말로 하면 내가 네 사장이라는 거지. 우리 아직 협력해야 할 날이 많은데 계속 비밀 연애하려고?” 진지하지 못한 연수호의 말투에서 기대가 묻어나자 김유정이 일부러 이렇게 말했다. “그것도 꽤 재밌을 것 같은데?” 연수호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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