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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9장

두 사람이 소파에서 뒤엉키고 있을 때 사무실의 문은 갑자기 밖에서 열리고 있었고 인기척을 들은 강은영은 박강우의 목을 지나 문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비서실에서 본 적이 없는 낯선 얼굴이었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미간을 찌푸린 채 박강우한테 무언의 질책을 하는 듯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박강우도 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연희는 두 사람을 보고 멈칫했으나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허나 속으로는 강은영을 조롱하고 있는 중이었다. 사무실에서도 남자를 유혹하는 거야? 여기가 어딘 줄 알고 낯부끄러운 줄도 몰라? 그녀는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들어왔다. “대표님, 점심시간인데 점심을 주문해 드릴까요?” 이연희가 나가지도 않고 되레 안으로 들어오는 행동을 보자 강은영은 의미심장한 웃음을 띠더니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그의 얼굴을 스치며 야유했다. “내가 없을 때 우리 남편 배고플까 봐 걱정하는 사람이 있었네?” 박강우는 이마에 핏줄을 곤두세우며 위협적인 눈초리로 이연희를 바라보았다. 이연희는 그 시선을 피하지 않고 최대한 자신의 매혹적인 몸매를 드러내느라 몸을 똑바로 세우고 있었다. 그 의미는 너무나도 뚜렷했다. 강은영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터뜨렸다. “남편~!” 강은영의 말투 속에 들어있는 질책을 알아들은 박강우는 이연희를 향해 싸늘하게 말을 내뱉었다. “나가!” 안색이 삽시에 변해버린 이연희는 박강우의 품에 있는 강은영을 힐끗하고는 얼굴색이 하얗게 질린 채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만 나가 볼게요.” 이연희는 돌아서서 자리를 떠났다. 강은영이 사무실에 없는 줄 알고 문을 두드리지 않은 채 들어갔던 그녀는 강은영이 오전 내내 사무실을 지키고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었나 보다. 비서실 직원들은 이연희가 무슨 수로 부현그룹에서 일하게 됐는지를 모르니 대표 사무실에서 좋은 꼴을 보지 못한 그녀를 고소해하고 있었다. 점심시간, 해연별장 쪽에서 점심과 강은영의 약을 챙겨왔다. 쓰디쓴 약 냄새에 강은영은 얼굴을 잔뜩 찌푸렸지만 박강우가 자신의 건강을 걱정하는 걸 알고 얌전히 약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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