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0장
그 뒤로 박강우는 몇 가지 일을 더 지시하고 위층으로 올라가 안방의 문을 살짝 열었고 강은영은 침대에 엎드려 편히 자고 있었다.
한숨을 내쉰 강은영은 외투를 벗은 뒤 조심스레 그녀를 반듯이 돌려놓았다.
허나 그 인기척에 강은영은 고양이마냥 멍한 눈을 어슴푸레 뜨고 있었다.
박강우는 다정하게 물었다.
“깨운 거야?”
졸리기 그지없는 강은영은 나지막하게 응얼거리고 있었다.
박강우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렇게 자면 심장에 무리가 와. 말 들을 거지.”
강은영은 앙증맞게 몸을 뒤척였다.
언제부터인지 그녀는 몸을 엎드려 머리를 묻고 자는 습관을 길러왔었다.
비록 옆에서 박강우가 항상 그 자세가 안 좋다고 귀띔을 하고는 있지만 그가 없을 때면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자세가 바뀌곤 했다.
고분고분 시키는 대로 하는 그녀의 모습에 그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한테 물어볼 말이 많았던 그는 졸려서 눈을 뜰 수도 없는 그녀를 보며 끝내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몸을 돌려 서재로 향했다.
박강우가 다시 안방으로 들어오자 오후 여섯 시까지 잠을 청했던 강은영은 멍하니 침대에 앉아 있었다.
“깼어?”
박강우가 눈에 들어온 강은영은 불쌍한 눈초리로 말을 건넸다.
“남편, 나 배고파.”
“준비해 놨어.”
지금이 몇 시인지 몰랐던 강은영은 시계를 확인하고서야 저녁 시간이 됐다는 걸 알았다.
어쩐지 배가 고프더라니...
박강우는 손수 그녀에게 옷을 입혀주고 품에 끌어안은 채 아래층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계단에 다다르자 강은영은 혹시라도 떨어질까 힘껏 박강우의 목을 끌어당겼다.
박강우는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날 못 믿어?”
강은영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이런 무중력한 느낌이 본능적으로 두려웠던 것이다.
그리고 그건 전생에 박강우를 끌어안고 절벽 아래로 떨어졌었던 경험 탓에 생긴 본능이다.
그 당시 세상이 뒤집어지고 몸이 갈기갈기 부숴져나가는 것만 같았으나 그녀는 그저 무기력하게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중심도 잃고 신체적으로 그 어떠한 감지력이 느껴지질 않았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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