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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장 밀당

줄곧 마을에서 할아버지를 지켜온 나은희는 시내에 와본 적이 없으니 길을 찾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 말을 들은 나유아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할머니가 버스 정류장에 혼자 있는 것이 더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한 그녀는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할머니, 휴대폰을 기사 아저씨한테 줘요. 내가 얘기해줄게요.” “그래, 알았어.” 나은희가 서둘러 휴대전화를 기사에게 건네주자 운전기사는 짜증을 내며 말했다. “어떻게 된 거예요, 할머니 혼자 외출하게 하면 어떻게 해요? 차에 타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니, 장사에 지장을 주지 않겠어요?” 나유아는 나지막이 사과했다. “기사님, 번거롭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저희 할머니를 워터리 단지 북쪽 문 앞까지 모셔다드리세요. 거기서 기다릴게요. 차비는 제가 3배로 드릴게요.” 워터리는 고급 단지이다. 운전기사는 나유아가 매우 깍듯이 부탁하고 차비도 3배를 주겠다고 하니 자연히 승낙했다. “그래요. 안 오면 그냥 길가에 버리고 갈 거예요.” 전화를 끊은 나유아는 다급하게 법원 안을 들여다보았다. 사람이 많아서 지금 이혼절차를 진행하려다가 할머니 차를 놓칠까 봐 걱정되었다. 그녀는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려 고선호와 상의하려고 했다. “나중에 다시 오면 안 될까? 갑자기 일이 좀 생겨서...” 고선호는 담배를 한 모금 깊게 빨고는 길가에 설치한 재떨이에 비벼 끄며 그녀를 힐끗 쳐다보았다. “놀리는 거야?” 아침에 부랴부랴 신고하러 가자고 재촉하던 사람이 그녀인데, 문 앞까지 와서 또 볼일이 있다고 한다. ‘장난하는 거야?’ 나유아도 지금 상황이 어이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지난번에 이혼 신고를 하러 갔을 때도 그녀가 늦어서 못했는데, 이번에는 일이 있어서 또 들어가지 못한다니 무슨 밀당이라도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고선호가 벌레 씹은 얼굴을 하고 있어도 그녀는 화를 낼 수 없었다. “정말 급해, 할머니가 오셨는데 모시러 가야 해. 일부러 바람맞히려는 건 아니야. 이번엔 내 잘못이니 다음엔 당신이 시간을 정해. 칼이 목을 겨눈대도 반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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