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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장 이혼

나유아는 성효진에게 전화를 걸어 먼저 돌아가겠다고 하며 함께 가지 않겠냐고 물었다. 성효진은 뭘 하고 있는지 얼버무리며 대답했다. “알았어, 너 먼저 돌아가. 난 좀 있다... 어머, 미워!” 나유아는 할 말을 잃었다. 또 어느 미남에게 정신이 팔렸다는 것을 눈치챘다. 성효진은 뭐나 다 좋은데 잘생긴 얼굴 앞에서 정신을 놓아버린다. 나유아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그럼 나 먼저 돌아갈게. 기사는 너에게 남겨둘게.” “알았어.” 성효진이 기다렸다는 듯 대답했다. 나유아는 그제야 걱정을 내려놓고 자리를 떴다. 다음 날 아침 일찍 그녀는 정성껏 꾸미고 고성그룹에 찾아갔다. 고선호가 미리 분부했는지 그녀가 이름을 말하니 누군가 데리고 맨 꼭대기 층으로 올라갔다. “대표님께서 사무실에서 기다리고 계시니 들어가세요.” 그 사람은 대신 문을 두드리고 가버렸다. 사무실에 들어선 나유아는 고선호가 어제 만찬에 참석했던 옷을 입고 컴퓨터 앞에서 파일을 보고 있는 걸 발견했다. 그녀를 본 그는 눈썹을 살짝 치켜들고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결혼 3년, 그녀는 처음으로 고성그룹에 그를 찾아왔다. 나유아는 시선을 거두고 가방에서 다시 준비한 이혼 협의서를 꺼내 책상 위에 놓고 말했다. “이거 먼저 서명해.” 고선호의 표정이 차갑게 변하더니 정색해서 물었다. “이것 때문에 찾아온 거야?” 나유아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면? 밤낮으로 바쁜 당신을 생각해 일부러 찾아왔어. 출근해야 하니 빨리 사인해.” 밖에 있는 사람에게 미리 분부했다는 건 일찍 준비했다는 말이 아닌가? 고선호는 입술을 깨물고 책상 위에 있는 서류를 보더니 펜을 들고 이혼 협의서의 내용을 확인하지도 않은 채 서명 페이지까지 펼치고 그냥 사인했다. 나유아는 그가 ‘고’를 쓰는 걸 지켜보고 있었다. 두 번째 글자를 쓰려던 순간 휴대폰이 울렸다. “받지 마, 먼저 사인해.” 고선호가 펜을 내려놓고 전화를 받으려 하자 나유아는 그의 손을 잡고 말했다. “몇 초 안 걸려.” 고선호는 나유아를 힐끗 보고는 전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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