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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장 잘 지내

나유아가 차에서 내리자마자 나은희가 도착했다. 나유아는 할머니가 무사히 택시에서 내리는 것을 보고 목구멍까지 올라왔던 심장을 쓸어내렸다. “할머니, 오시려면 미리 전화 주세요. 그러면 제가 모시러 갈게요. 혼자 이렇게 멀리 나오면 걱정된단 말이에요.” 그녀는 앞으로 가서 기사님에게 돈을 지급한 후에야 할머니를 부축하고 한 손으로 할머니의 손에 들린 짐을 받아들었다. “천천히 걸어요, 먼저 집에 가요.” 나은희는 가만히 서서 고개를 저었다. “집에 가지 않을 거야. 내 몸은 더러워, 선호에게 회화나무 꽃을 주러 왔어.” 말을 마친 나은희는 떨리는 손으로 보따리를 풀어 나유아에게 보여 주었다. 말린 회화 꽃을 한 봉지 한 봉지 가지런히 비닐봉지에 담았다. “몇 년 전 네가 선호량 함께 왔을 때 내가 우려낸 회화 차를 좋아하더라고. 얼마 전에 회화나무 꽃이 피었는데, 옆집 경식이에게 많이 따달라고 했어. 그래서 바싹 말려서 가져온 거야.” 손녀사위인 고선호를 떠올린 나은희는 흐뭇해하며 자애로운 미소를 지었다. “걱정하지 마, 깨끗해. 깨끗한 물로 여러 번 씻었고, 말릴 때도 망을 씌워서 말렸어.” 나유아는 할머니가 종일 고속버스를 타고 다니시느라 고생한 것이 고선호에게 말린 회화나무 꽃을 선물하기 위해서라는 생각에 마음이 쓰라렸다. 그때 그녀가 고선호와 함께 돌아간 것이 아니었다. 연세가 많은 할머니가 두 사람의 결혼식에 참석하려고 시내에 오는 것이 불편하다고 생각한 고석훈이 고선호에게 함께 찾아뵈라고 했고, 그래서 고선호가 고향에 가는 일이 생긴 것이다. 그때 그녀는 불안했다. 농가의 작은 뜰에 서 있는 그는 무엇을 봐도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할머니가 가져온 차를 받아 들고 좋다고 했던 그 한마디는 단지 고씨 가문에서 타고난 교양 때문이었을 뿐 실제 좋아하는 것과는 상관이 없었다. 하지만 나은희는 오랫동안 마음에 두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나유아가 고선호와 이혼할 거라는 걸 몰랐다. 나유아는 고개를 돌리고 눈을 깜박이며 눈물을 참고 나서 할머니의 팔을 껴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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