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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장 이혼 협의서

말을 마친 심호현은 고선호의 이글거리는 눈빛을 발견하고 황급히 입을 다물고는 책상 위에 청첩장을 던져 놓고 부랴부랴 도망쳤다. 밖으로 나가기 전 그는 다시 돌아보며 한마디 보탰다. “참, 우리는 수정 디자이너와 이미 계약을 맺었어, 너 줄곧 그녀의 신상을 주문하고 싶어 했잖아? 꼭 참석해!” 그는 나유아가 수정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고선호가 어떤 표정을 지을지 하루빨리 보고 싶었다. “꺼져.” 고선호가 차갑게 말했다. “알았어!” 심호현은 황급히 밖으로 나갔고 고선호는 계속 계약서를 들여다보았지만, 시선은 자꾸만 그 이혼 협의서로 향했다. 어젯밤에 침대에서 열정적이던 그녀가 오늘 심호현과 결혼하려 한다. ‘허, 참 용기 있네.’ 그는 짜증이 나 손을 들어 넥타이를 잡아당기다가 핸드폰 소리가 가볍게 울리는 것을 들었다. 확인해 보니 배지혜가 보낸 동성 패션 디너 초대장이었다. “동성이 이미 초대장을 보내왔어! 고마워, 선호 네가 아니었다면 이런 기회가 없었을 거야. 나랑 같이 가줄 수 있어?” 고선호는 책상 위의 청첩장을 유심히 들여다보고는 눈빛을 굳히더니 대답했다. “그래.” 문자를 보내자마자 핸드폰이 울렸는데 발신 번호에 뜬 번호를 보니 할머니였다. 고선호는 황급히 전화를 받았다. “할머니.” “선호야, 내가 유아에게 주라고 한 물건을 줬어?” 김순자의 자애롭고 위엄 있는 목소리가 휴대폰에서 흘러나왔다. 그제야 고선호는 생각났다. 어젯밤에 두 사람이 모두 마지막 단계에 이르렀을 때 자신이 떠나버린 것에 미안함을 느낀 고선호는 아침에 할머니가 심부름으로 물건을 보낸다는 핑계로 특별히 그녀의 거처를 알아봤는데 그녀와 심호현의 이런저런 장면을 목격할 줄은 몰랐다. 고선호가 쌀쌀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바빠서 시간이 없어요.” “왜 시간이 없어? 퇴근하고 집에 가서 그녀에게 주면 되잖아!” 휴대폰 너머의 목소리에 화가 조금 실린 듯 싶더니 갑자기 무슨 생각이 떠올랐는지 한마디 했다. “결혼한 지 3년이나 되었는데 아무 기척이 없는 걸 보니 혹시 낳을 수 없는 거 아니야? 두 사람 검사해 봤어?” 고선호는 속으로 불편해하며 심호흡을 하고 대답했다. “아이에 관한 일은 그녀와 상관없는 일이에요.” 나유아가 없는 곳에서 김순자는 더는 시치미를 떼지 못하고 콧방귀를 뀌었다. “네 할아버지가 끈질기게 그녀를 며느리로 들이려 한 거잖아. 이렇게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 정말 싫으면 돈을 좀 주고 이혼해. 그리고 그 배지혜는 임신했어?” 고선호는 눈살을 찌푸리고 말했다. “할머니, 저는 배지혜와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 부탁만을 받고 돌봐주기만 하는 거예요.” 김순자는 마음속으로 어젯밤 그 상황에서 나유아를 버리고 갔으면서 아무렇지도 않다고 하는 손자가 어이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내색하지 않고 대답했다. “그래, 그래, 내 손자가 가장 의리 있는 거 알아. 할머니의 뜻은 고씨 가문의 혈육을 밖으로 흘려보내서는 안 된다는 말이야.” 배지혜가 정말 고선호의 아이를 임신했다면 안아올 수도 있다는 뜻이다. 나유아가 키울지 안 키울지는 걱정 없었다. 어쨌든 그녀는 대를 잇기 위해 고씨 가문에 시집왔으니, 자신이 낳지 못하면 다른 사람이 낳도록 해야 한다. 고선호는 문득 한 달에 한 번 자신과 함께 고택에 다녀가는 것 외 나유아는 따로 그곳에 가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 생각났다. 아이를 낳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하는 그녀였는데, 매번 돌아갈 때마다 겉치레뿐인 말만 듣고, 사실 그녀의 처지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이 말들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선호는 계속 듣고 싶지 않았다. “건강이 안 좋으시잖아요. 이런 일들은 신경 쓰지 말고 푹 쉬세요.” 전화를 끊고 사무실에 잠시 앉아 있던 그는 자기도 모르게 차 키를 들고 내려가 심호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너 나유아를 어디로 데려갔어?” 심호현 쪽에서 호탕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데려간 걸 어떻게 알아? 날 미행하는 거야?” 고선호가 차갑게 말했다. “심호현, 네 형이 너희 집은 아프리카 쪽에는 아무도 가지 않는다고 하던데...” “쿨럭!” 기침을 하다가 하마터면 숨이 넘어갈 뻔한 심호현은 화를 내며 말했다. “고선호, 너 돌았어? 누가 네 친구야!” “주소.” 심호현은 전화를 끊고, 곧 고선호의 핸드폰에 주소를 보내며 사나운 표정을 지었다. “나를 협박하면 후회할 거야!” 그는 원래 고선호에게 나유아일의 정체를 알려주려고 했는데 이제 말하지 않기로 했다! ‘친구라면 서로 밟아야지!’ 고선호가 답장했다. “헐.” ... 나유아는 몸이 덜 아프다고 느끼자 퇴원 절차를 밟고 짐을 챙겨 택시를 타러 나갔는데, 공교롭게도 고선호가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여전히 입원할 때의 평상복을 입고 있고, 그 위에 성효진의 외투를 걸치고 있었다. 거울을 보지 않아도 자신의 얼굴이 창백하고 기운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존심이 강한 그녀는 고선호 앞에서 체면을 구기고 싶지 않아서 막 돌아서려 했다. 그때 고선호가 성큼성큼 그녀 앞으로 걸어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할머니가 뭐 좀 갖다 주라고 하셨어.” 물론 그의 것도 있다. 그는 그녀의 하얀 입술을 바라보더니 눈빛이 어두워졌다. “너 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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