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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장 발인

“?” 일찍 사회에 나온 성효진은 집에 연락을 자주 하지 않았다. 이번에 상황이 급하고 믿을 만한 사람을 찾지 못하지만 않았더라도 그녀는 성기범에게 부탁할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는 어쩌다가 한 번 성기범에게 부탁한 건데 뜻밖에도 바람맞았다. 성효진은 눈을 흘기며 성기범에게 직접 음성 메시지를 보냈는데 개돼지도 못 한 단어들로 욕설을 퍼붓고 나서 번호를 블랙리스트에 집어넣었다. 나유아는 어이없었다. 성효진은 파란색 단발머리를 찰랑거리며 시큰둥하게 말했다. “나 대신 힘들어할 필요 없어. 난 어차피 그 집에서 입양한 사람이라 사이가 별로야. 정말 믿을 만한 사람을 찾지 못해서 그런 거지 연락하기도 귀찮아.” 나유아는 그녀가 화가 난 것 외에 다른 감정이 없는 것 같아서 마음이 놓였다. “참, 내가 오전에 드레스 몇 벌 골라놨는데 나중에 입어 봐.” “동성의 그 패션 디너 파티는 원래 내가 아무렇게나 한 것인데 지금은 그 사람과 협력하게 되었으니 반드시 가서 체면을 세워 참석해야지. 그때 되면 많은 스타, 사모님들과 아가씨들이 찾아올 텐데 우리 홍보에도 도움이 될 거야.” 성효진이 정색하며 말했다. 나유아는 생각해 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래, 집에 샘플이 많지 않아. 네가 가지고 있는 스타일은 모두 작년 가을 모델일 거잖아? 아니면 다시 만들자, 우리가 옛날 거 입고 가면 안 되잖아?” 성효진은 눈빛을 반짝이며 말했다. “정말?! 네가 디자인한 옷을 못 입은 지 오래됐어!” 나유아의 디자인이 너무 빠듯해서 그녀는 돈을 받고 팔기만 했을 뿐 정작 입기 아까워했다. 디자인에 관해 말하자 나유아는 눈빛을 반짝이며 자신 있게 말했다. “걱정하지 마, 반드시 널 화려하게 만들 거야!” 성효진이 기분 좋게 웃었다. ‘아니, 화려하게 등장할 사람은 나유아일 거야!’ 고성그룹의 사무실 건물 안. 얼굴보다 더 큰 선글라스를 끼고 성큼성큼 고선호의 사무실로 들어선 심호현은 그의 책상 앞에 놓인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책상을 두드렸다. “형수님의 필적이 있어?” 고선호는 심호현이 여자 꼬실 때 얼굴보다 글자를 본다는 걸 알고 있었다. 아파트 아래에서 서로 기대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을 생각하니 그의 마음은 더욱 답답해졌다. 두 사람은 전에 한 번 만난 적이 있는데 지금은 이렇게까지 친분이 두터워졌단 말인가? 그는 마음이 초조하여 자기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바쁜 거 안 보여?” 심호현은 손을 들어 포기하는 포즈를 취한 채 말했다. “하던 일 계속해.”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거리낌 없이 책상을 뒤지기 시작했다. “...” 고선호의 눈빛은 천년 얼음처럼 차가웠지만 희미하게 타올랐던 불꽃이 금방 사라졌다. 친구의 불친절함을 느낀 듯 심호현은 왠지 몸서리치며 동작을 멈추고 물었다. “사인만 내가 한번 보면 안 돼?” 고선호는 손을 뻗어 책상 아래 서랍에서 종이 한 묶음을 꺼내 책상 앞에 내던졌다. “이걸 찾는 거야?” 심호현이 다가가 보니 ‘이혼협의서'라는 다섯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이건...” “너희 부부 일에 끼어드는 게 아니라, 한 가지 확인하고 싶은 게 있어서 그래.” 그는 말을 하다가 그 종이를 펼치지 못하고 재빨리 나유아의 사인을 찾아낸 그는 순간 눈빛이 굳어졌다. 역시 맞았다. 심호현은 감격에 겨워 휴대전화를 꺼내 사인 사진을 찍으며 앞에 있는 친구의 어두운 표정을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 ‘수정의 정체는 역시 나유아였어.’ ‘재미있네.’ 자신의 추측을 검증한 심호현은 한숨을 내쉬며 의미심장하게 고선호를 바라보았다. ‘선호는 아는지 모르겠네.’ “선호야, 형수님이 엔효에서 뭘 하는지 알아?” 심호현은 턱을 쓰다듬으며 물었다. “나보다 잘 알잖아.” 고선호의 차가운 반박이 던져졌다. ‘헐, 정말 모르네.’ ‘이거 재미있는데.’ 눈앞에서 씩씩거리는 ‘수정의 죽은 남편'을 바라보던 심호현은 환하게 웃었다. “오늘 형수님이 나에게 수정 남편의 발인이 지났다고 하면서 마음 추스를 때도 됐다고 했어.” 고선호는 어리둥절하게 물었다.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 심호현은 할 말을 잃었다. 그는 한참 동안 잠자코 있다가 말을 이었다. “네가 강제로 나유아 씨와 결혼했다는 것을 이제 정말 믿을 것 같아.” 이렇게 큰 서프라이즈가 그의 곁에서 몇 년 동안 함께 했는데 그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만약 고선호가 열심히 찾아 헤매는 수정이 나유아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그는 점점 더 기대하게 되었다. 고선호는 그런 것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왜, 너 나유아에게 관심이 있어?” 심호현은 농담 삼아 또 한마디 했다. “이혼도 다 했는데 그런 걸 왜 신경 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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