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장
장진호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거만한 얼굴로 소리쳤다. "뭐 하는 거죠?"
"장진호 씨 맞죠?"
"맞아요."
"입장이 제한되셨습니다." 초대장 확인을 담당한 군인이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너무 민망한 상황이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최고 스케일의 격식으로 대우하다가 한순간에 입장 제한이라니.
이게 젠장 대체 무슨 상황이지?
장진호는 고개를 돌려 윤시아를 보며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 “시아야, 일단 조급해하지 마. 내가 잘 처리할 거야!”
그러고는 초대장 확인을 담당한 군인한테 분노하며 소리 질렀다. "나, 당신 위에 있는 사람이랑 아는 사이야, 전화 한 통이면, 당신 부광시에서 살아남지 못해."
"덜커덕!"
초대장 확인을 담당한 군인이 총대를 들어 바로 장진호의 이마에 들이댔다. "제가 입장 제한되셨다고 말했잖습니까. 사람 말을 못 알아듣습니까?"
깜깜한 총구가 머리에 눌린 장진호는 순간 겁에 질려 식은땀을 흘렸다.
하지만 지금 윤시아가 그의 뒤에 있는데, 조금이라도 물러서면 개망신도 이런 개망신이 따로 없을 것이다!
이런 생각에 장진호는 용기를 내어 말을 내뱉었다. "감히 총을 쏠 수 있겠어?"
"펑!"
바로 그 순간, 초대장 확인을 담당한 군인이 장진호를 발로 차 넘어뜨리고는 장진호의 바짓가랑이 밑으로 한 발 쐈다.
"아!"
장진호는 순간 놀라 오줌을 지렸다.
장진호에게 겁을 준 군인이 윤시아 일행한테 경례하며 말을 건넸다. “윤 어르신, 윤 선생님, 윤시아 씨는 파티를 찾아주신 귀한 손님들이십니다.”
"들어가시지요!"
레드카펫 양측에 있던 군인들이 일제히 경례를 했다.
그 시각.
모든 사람들은 깨달았다.
방금까지 갖춘 최고의 격식이 장씨 가문이 아닌 윤씨 집안을 위한 것이었다는 것을.
그렇게 윤시아 일행 세명은 마치 꿈을 꾸는 듯 스오나 호텔에 들어섰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윤시아는 사방을 둘러봤지만,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윤영종과 윤진흥도 도대체 무슨 이유인지 알 수가 없었다.
이때 윤진흥이 말을 꺼냈다. "일단 이 문제는 제쳐두고, 조 시장을 만나는 게 급선무야."
"오늘 귀한 손님들도 적지 않은데, 조 시장을 만났으면 좋겠는데!"
윤영종이 탄식하며 말을 내뱉었다.
사업상 어느 정도의 지위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급의 인물과는 여전히 큰 격차가 존재했다.
이때 윤시아의 휴대폰에 한 통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휴대폰을 힐끗 보던 윤시아가 순간 감격스러워하며 말을 꺼냈다. “할아버지, 아버지, 정부 관공서에서 공지가 왔는데요, 전혼 빌딩 프로젝트, 우리한테 주기로 했대요.”
"뭐라고?"
어안이 벙벙해진 윤영종과 윤진흥은 놀라움과 기쁨이 교차했다.
전혼 빌딩 프로젝트!
그들이 그렇게 오랫동안 애썼지만, 좀처럼 손에 넣지 못했던 프로젝트인데,
오늘 밤, 이렇게 손에 넣게 되었다니!!!
이건 정말로 가슴이 벅차오르는 소식이었다!!!
한참을 고민하던 윤시아가 확실하게 말했다. “할아버지, 아버지 분명 누군가 우리를 돕고 있는 것 같아요. 우리가 오늘 밤 이런 예우를 받은 것도 그렇고, 분명 그 사람과 관련이 있을 거라고요!”
"그래."
윤영종이 숨을 들이마시며 말했다. “그 사람, 우리 윤씨 집안의 큰 은인이니 우리가 반드시 그 사람 정체를 알아내야 해.”
이런 생각에 윤영종은 곧장 시행처 관계자를 찾아 이 일의 자초지종을 물었다.
시행처 관계자가 감탄하며 말했다. “윤 어르신, 윤씨 집안에서 정말 대단히 귀한 분을 만나셨네요!”
"왜 그런 말을?" 윤영종이 궁금해하며 물었다.
"윤씨 집안 귀인 또한 조 시장님 귀인이기도 한데요, 그분 덕분에 조 시장님께서 직접 명하셔서 전혼 빌딩 프로젝트를 윤씨 집안으로 내정하셨거든요."
출장소 책임자의 말에 윤영종은 마음속으로 크게 기뻐했다.
윤진흥이 부탁하는 어투로 출장소 책임자에게 말했다. “우리가 그 귀인을 한번 만날 수 있도록 해주실 수는 없을까요, 직접 만나서 고맙다는 인사라도 하고 싶어요!”
"죄송합니다, 저도 그 귀인이 누구신지 모릅니다."
시행처 관계자가 계속 말을 이었다. “시장님께서 그분을 이따가 무대 위로 모실 예정이니, 이제 곧 알게 될 겁니다.”
"고마워요."
윤시아 일행 3인은 시행처 관계자와 몇 마디 인사를 나눈 뒤 자리를 잡고 생일파티가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이와 동시에, 스오나 호텔 내부 단독 룸 내에서 조현수가 임천우에게 차 한 잔 따라주며 굽신거리며 말을 건넸다. "늑대왕, 물어볼 게 있는데요. 물어봐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네요."
"말해요!" 그러면서 임천우가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어엿한 백만 늑대군을 거느리는 늑대왕이, 막강한 권력까지 쥐고 있으면서, 왜 굳이 윤씨 집안 윤시아와 맞선을 본 거죠?"
그러면서 조현수가 낮은 소리로 속삭였다. "그리고 내가 시청에 알아봤는데, 윤씨 집안 윤시아와 혼인 신고를 한 게 아니라면서요!"
"영감님께서 윤씨 집안 어르신께 신세를 져서 나더러 윤시아와 결혼해 은혜를 갚으라네요." 이마를 감싸는 임천우의 얼굴에는 어이없다는 표정이 가득했다.
"그렇군요."
조현수는 순간 모든 것을 깨닫게 되었다.
어쩐지 어엿한 늑대왕이 격에 맞지 않게 부광시에 와서 맞선을 본다 하더라니.
조현수는 잠시 생각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늑대왕, 내가 무리한 부탁 하나 해야 할 것 같은데요."
"말해봐요."
"파티 때, 잠깐 무대 위로 모시고 싶어서요."
"그건 됐......"
임천우는 사실 거절하려고 했다.
그러나 조현수의 기대에 찬 눈빛을 보자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그래요!"
"늑대왕 고마워요, 지금 당장 준비할게요!"
조현수는 바로 직원들한테 지시를 내렸다.
파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무대 조명을 제외하고 파티장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조현수가 성큼성큼 무대 위로 오르는 순간, 장내에는 귀청이 터질 듯한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
조현수는 사람들에게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취한 뒤 마이크에 대고 말하기 시작했다. "제 50세 생일파티에 와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약소하게 드실 것을 준비했는데, 맛있게들 드세요!"
"그리고 오늘 모두가 한자리에 모인 김에, 여러분께 한 분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그분은 저 조현수의 귀인입니다!"
"그분이 없었다면, 아마도 오늘의 저 또한 없었을 겁니다!"
"가장 큰 박수로 그분을 무대 위로 모셔보겠습니다!!!"
그 순간 수많은 불빛이 왼쪽 통로에 쏟아졌다.
박수 소리가 하늘 높이 치솟으면서 크게 울려 퍼졌다.
세간의 이목이 쏠린 가운데 젊은 모습이 권세와 부를 상징하는 레드카펫을 밟으며 나타났다.
현장에 있던 젊은 여자들이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질러댔다. “맙소사, 조 시장님의 귀인이 이렇게 젊다니!”
"이렇게 새파랗게 젊은 사람이 조 시장님 귀인이라니, 분명 지위가 높은 사람일 거야!"
"소박하고 수수한 옷 차림 좀 봐봐, 부귀하지만 사치스럽지 않고, 고귀하지만 허세 부리지 않는 느낌, 분명 아주 겸손한 거물임이 틀림없어!"
"내가 저런 남자랑 결혼할 수 있다면, 평생 만족하며 살 거야!"
"……"
여자들의 수군거림이 윤시아의 마음에까지 와닿았다.
한 걸음 한 걸음 무대 위로 올라가는 젊은 모습을 바라보며 윤시아 또한 주먹을 꽉 쥐면서 중얼거렸다. “나 윤시아의 남자라면 이 정도는 되어야지, 임천우 같은 평범한 인간 말고, 높은 데에 올라 만인의 존경을 받는 이런 남자!”
그리고 그때, 그 젊은 모습이 조현수의 곁으로 다가가 조용히 사람들을 향해 몸을 돌렸다.
그 젊은 모습을 똑똑히 본 순간, 윤씨 집안 세 사람은 모두 충격에 빠졌다.
윤영종은 넋이 나갔다!
윤진흥도 넋이 나갔다!
윤시아마저도 그 자리에서 넋이 나갔다!
이...... 이럴 수가?
조 시장님의 귀인과 윤씨 집안의 귀인이 어떻게 임천우일 수가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