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장
이때 윤시아는 벌써 집으로 돌아온 뒤였고 그녀는 집에서 백서연의 전화를 받았다. “서연아, 왜 그래?”
“시아야, 너 임천우 뒷조사, 확실하게 한 게 맞아?” 백서연이 물었다.
“그렇다니까!”
백서연이 임천우를 언급하자 윤시아는 혐오감이 느껴졌다. “어릴 때부터 산에서 살았던 가난뱅이야.”
“하지만, 내가 오늘 봤는데......”
“스톱!”
백서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윤시아는 그녀의 말을 끊었다. “장진호가 우리 윤씨 집안을 돕겠다고 약속해서 내가 지금 기분 엄청 짱이거든. 그러니까 내 앞에서 그 사람 얘기 꺼내지 마, 좋은 분위기 흐리지 않게.”
“시아야......”
“서연아, 나 지금 내일 저녁에 입을 드레스 골라야 해서, 우리 나중에 얘기하자!” 말을 마친 윤시아는 전화를 끊었다.
임천우가 돌아왔을 때, 드레스를 이미 다 고른 윤시아가 거실 소파에 앉아 마스크팩을 붙이고 있었다.
임천우를 보는 순간, 윤시아는 눈썹을 살짝 추켜세우더니 곧바로 일어나 이 층으로 올라갔다.
그들은 밤새 아무 말도 없었다.
......
다음날.
윤시아는 일찍 일어나 조 시장한테 줄 선물을 준비하고 있었다.
임천우는 그러는 그녀한테 자신이 윤씨 집안을 대신하여 이미 조현수에게 선물을 보냈다고 말하려고 했다.
그러나 윤시아의 싸늘한 표정에 입을 다물고 말았다.
어차피 저녁에 있을 조현수의 생일파티에서 윤시아도 자연스럽게 알게 될 테니까.
해가 서쪽으로 넘어가고
드디어 저녁이 되었다.
워터리에 불청객 장진호가 찾아왔다.
지난번 카레이싱에서 급경사로 추락한 뒤 장진호는 다리를 다쳤고, 그래서 목발을 짚고 워터리에 들어섰다. “시아야, 너 준비됐어?”
“응.”
윤시아가 이브닝드레스로 갈아입고 세련된 하이힐을 신은 채 계단을 한 걸음씩 내려왔다.
장진호의 두 눈이 갑자기 반짝였다.
윤시아가 걱정스러운 듯이 물었다. “ 장진호, 초대장 한 장 갖고 우리 다 들어갈 수 있는 게 확실해?”
“시아야, 우리 장씨 집안은 조 시장이랑 엄청 가까운 사이야. 그러니 초대장 한 장만으로도 충분해.” 장진호가 쿵쿵 소리 나게 가슴팍을 두드렸다.
“그럼 고맙다, 장진호.”
윤시아가 차고 쪽으로 걸어가면서 말을 이었다. “일단 먼저 우리 할아버지랑 아버지 모시러 가자.”
떠나기 전, 장진호는 도발적인 눈빛으로 임천우를 바라보며 말을 내뱉었다. “아무리 프랑스어를 잘하고 레이싱에 능통하다고 해도, 넌 여전히 척박한 산골 출신의 가난뱅이일 뿐이야!”
“나 같은 부유한 집안 자제 정도는 되어야 시아에게 어울리지, 시아가 도움이 필요할 때 도와줄 수 있으니까!”
“그래서 충고하는데, 주제 파악하시고 시아 옆에서 알아서 꺼져, 아니면 내가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도록 할 거니까.”
말을 마친 장진호는 절뚝거리며 대문을 나섰다.
임천우는 장진호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이런 보잘것없는 버러지 같은 놈은 정말 시끄럽다. 대도시라서 어쩔 수 없지만
서부 변경이라면 임천우의 한 주먹거리도 되지 못했을 것이다.
윤시아와 장진호가 차를 타고 떠난 뒤, 럭셔리 차량 행렬이 워터리로 진입하더니 윤시아의 집 앞에 멈춰 섰다.
심지어 이것이 포인트가 아니다.
포인트는 모두 군용 차량 번호판이 부착된 군용차라는 점이다!
임천우를 차에 깍듯이 모신 조현수가 차에 올르더니 직접 운전했다.
뒷좌석에 앉아있던 임천우가 말을 건넸다. “현수 형, 장진호라는 사람도 오늘 생일파티에 참석한다면서요?”
“장진호?”
잠시 생각하던 조현수가 대답했다. “그런 사람이 있었던 것 같아요.”
임천우가 담담하게 말을 건넸다. “전 형의 생일파티에서 그 사람 보고 싶지 않네요.”
“그건 어려울 것 없죠!”
그러면서 조현수는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장진호라는 사람, 오늘 파티에 들여보내지 말라고 지금 당장 전달해. ”
조현수가 지시하는 사이에 윤시아는 이미 윤영종과 윤진흥과 함께 장진호를 따라 스오나 호텔로 향했다.
조현수의 생일파티가 그 곳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윤진흥은 손에 많은 선물을 들고 있었는데, 선물로 조현수의 환심을 사려는 속셈이 분명했다.
스오나 호텔 입구는 진작에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그들은 초대장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라 문 앞에서 구경만 하고 있었으며 수많은 언론사 기자들도 생중계로 보도하고 있었다.
누군가가 스오나 호텔로 들어갈 때마다 현장은 난리가 났는데,
이는 초대장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은 모두 부광시에서 신분과 지위가 있는 거물들이었기 때문이다.
윤진흥은 크고 작은 선물 보따리를 들고 의기양양하게 레드카펫을 걸으며 부러움 섞인 사람들의 시선을 즐겼다.
이 파티가 중요한 만큼 초대장 확인을 담당한 사람 또한 완전무장한 군인이었다.
장진호가 초대장을 군인에게 건넨 뒤, 윤시아 일행을 데리고 호텔로 들어가려는 순간.
“잠깐만요!”
초대장 확인을 담당한 군인이 길을 막았다. “초대장 한 장으로 어떻게 네 명이 들어가죠?”
순식간에 모든 시선이 그쪽으로 쏠렸다.
장진호는 당황하지 않고 목발을 짚고 앞으로 나아가더니 큰 소리로 말했다. “나는 부광시 장씨 집안 장진호예요, 뒤에는 저 분들은 부광시 윤씨 집안 사람들이고.”
“윤씨 집안 분들이랑 함께 조 시장님 생일파티에 참석하겠다고 그쪽 윗분한테 미리 얘기했어요. ”
사실 윤씨 집안사람들은 초대장 없이도 참석할 수 있고, 최고의 격식을 갖추라고 조 시장이 지시를 내린 바 있었다.
그래서 입구에 있던 군인들은 윤씨 집안사람이라는 말을 듣자 즉시 차렷 자세를 취하고는 한목소리로 외쳤다. “충성!”
이 장면은 현장을 뒤집어놓았다. “젠장!”
“이...... 이건 최고 스케일의 격식이네!”
“장씨 집안 정말 대단하네! 초대장 한 장으로 네 사람이나 들어가고, 게다가 최고 스케일의 예우로 대한다니.”
“......”
사람들의 의논을 들으며 장진호는 어리둥절해졌다.
사실 윤씨 집안 사람 세 명을 스오나 호텔로 들여보내기 위해 그가 이 억을 주고 경비팀장을 매수했던 것이다.
그런데 경비팀장이 이렇게까지 그의 체면을 세워줄 줄은, 게다가 대놓고 최고 스케일의 격식까지 갖추도록 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이 억을 쓴 보람이 있네, 나중에 이 억 더 챙겨줘야지!
이런 생각에 장진호는 곧장 허리를 쭉 펴더니 뿌듯한 표정으로 말을 내뱉었다. “어르신, 아저씨, 시아야, 들어갑시다!”
“그래.”
장진호에 대한 윤시아의 호감이 360도로 바뀌었다.
이 시각 윤시아의 눈에 비친 장진호는 더 이상 세상 물정 모르는 예전의 그 부잣집 도련님이 아니었다.
장진호가 윤씨 집안 사람 세 명을 데리고 레드카펫을 밟을 준비를 하고 있을 때,
초대장 확인을 담당한 군인이 그의 앞길을 막았다. “잠깐만요!”
“그쪽은 못 들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