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장
연정화가 집에 돌아왔을 땐 어느덧 새벽이었다.
연나은의 방에 불이 켜져 있자 그녀가 살며시 다가가 노크했다.
십여 초 뒤 방 문이 열리고 두 여자가 얼굴을 빼꼼히 내밀었다.
“엄마!”
“고모.”
평소에는 저녁을 먹으면 바로 자던 딸아이가 12시까지 안 자고 있으니 연정화는 몹시 의아했다.
“지아, 왜 아직도 안 자? 언니 못 자게 방해할 거야 계속?”
김지아가 입을 삐죽거리며 커다란 눈망울로 무고한 표정을 지었다.
“언니가 어릴 때 사진 보여주고 그림도 보여줬어요. 언니 그림 너무 잘 그려요. 구경만 하다가 시간 가는 줄도 몰랐네요.”
딸아이의 말을 듣자 연정화도 관심을 보이며 얼른 이 방에 합류했다.
비록 전문가는 아니지만 얼핏 보아도 조카의 천부적인 재능이 고스란히 느껴져 감탄을 연발했다.
“나은아, 너 대체 그림을 몇 년이나 배운 거야? 이렇게 잘 그리는데 제대로 한번 배워보진 않을래?”
연나은은 잘 알고 있다. 그녀의 한마디에 고모는 여지없이 도와준다는 것을.
다만 그녀는 가볍게 고개를 내저었다.
“그냥 심심풀이로 그리는 거예요.”
연정화는 아쉬움에 한숨을 내쉬었지만 더 강요하지 않았다.
“그림은 원래 영감에 의존하는 직업이라 오래 매달리면 정말 지루해져. 화가가 되지 않는 것도 나름 현명한 선택이야. 그럼 앞으로 계획은 세웠어? 이루고 싶은 꿈 같은 건 있어?”
연나은은 한참 고민한 후 확신에 찬 대답을 내놓았다.
“나 조소 배우고 싶어요.”
“조소? 그것도 좋지. 그림 그리는 것도 재능이 있으니 조소도 분명 쉬울 거야. 그럼 일단 가서 시도해봐. 네가 뭘 하든 고모는 늘 응원해.”
고모의 한없이 다정한 눈빛을 바라보며 연나은은 그제야 부모를 여읜 몇 년 뒤에 훈훈한 가족애를 느껴보았다.
그녀는 코끝이 찡해지면서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옆에 있던 김지아가 곧 울 것 같은 그녀를 보더니 재빨리 사진첩을 건넸다.
“엄마, 여기 이 사람 엄마 맞아요? 이때 몇 살이었어요?”
연나은은 이번에 진서국으로 오면서 어릴 때부터 찍은 사진을 전부 가져왔다.
색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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