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8장
그는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 서서히 위층에서 내려오며 윤진수한테 인사했다.
그러고는 친구를 초대한 것처럼 그들을 거실로 안내했다.
어르신도 바로 도착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어르신한테서 파티에서 몰아세우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고 어제 두 아이가 싸운 일을 전혀 꺼내지 않았다. 오히려 윤진수한테 점심을 먹고 가라면서 주방에 가서 점심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분위기가 아주 좋았는데 모르는 사람이 봤을 때는 정말 그냥 놀러 온 것 같았다.
소지연은 어르신의 뜻을 전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송민우와 윤진수가 얘기를 나눴기에 그녀는 옆에서 윤선미를 돌보며 말하지 않아도 되었고 머리를 굴리지 않아도 되었기에 아주 한가했다.
하인이 과일과 군것질을 가져왔다.
윤진수는 아주 다정했다. 소지연이 귤을 집어 들자 먼저 가져가서 껍질을 벗겨 그녀한테 다시 건넸다.
송민우는 두 사람의 행동을 보며 아무 말 하지 않았다.
하인이 말차 소스를 가져왔고 윤진수가 그걸 과일에 부으려고 하자 송민우가 말렸다.
"선배, 말차 소스 안 먹어, 먹고 싶으면 선배 과일에만 부어."
윤진수는 깜짝 놀랐다.
"네가 언제 가리는 음식이 생겼어?"
그러고는 웃으면서 말차 소스를 치웠다.
"미안, 내가 생각이 짧았어."
옆에 있던 소지연은 심장이 빨리 뛰었다.
송민우가 말차를 먹지 않는 게 아니라 그녀가 먹지 않는 거였다.
전에 송민우랑 같이 나간 적 있었는데 앞에 말차가 묻은 음식을 소지연이 건드리지도 않는 걸 보고는 송민우는 그녀가 그날의 음식을 싫어하는 줄 알고 입맛이 없는 거냐고 물었었다.
그녀는 입맛이 없는 게 아니라고 했고 사실 진작에 배가 고팠는데 말차가 묻어 있어서 먹기 싫다고 했다.
송민우는 그때 그녀가 말차를 싫어해서 배를 굶는 걸 보고 뭐라고 했었다.
그런데 그걸 기억했을 줄 몰랐다.
소지연은 귀가 빨개졌다.
그녀는 자신이 너무 오버하는 거라고 생각했고 어쩌면 송민우도 갑자기 먹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갑자기 앞에 길고 깔끔한 손이 보였고 썰어 놓은 과일이 그릇에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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