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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장

소지연은 거의 조건반사처럼 겁에 질려 그를 밀어냈고 뒤로 숨었는데 넘어질 뻔했다. 송민우는 낯빛이 어두워졌고 그녀를 부추기며 말했다. "무슨 일 있었어?" 그도 룸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였다. 고성호는 처음에 그와 다퉜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그를 찾아왔고 여자 하나 때문에 오랜 친구를 잃는 건 아니라면서 놀러 나오면서 송민우를 부른 거였다. 하지만 도착하자마자 소지연과 부딪칠 줄 생각도 못 했다. 그는 시선이 점점 아래로 내려갔고 그녀의 허리라인을 보자 눈을 반짝였다. 그녀의 몸매는 정말 좋았다. 허리는 얇았지만 나와야 할 곳은 모두 나와 있었고 피부도 하얬기에 부드러운 불빛 아래에서 그녀는 더 교태 있고 아름다워 보였다. 아름다운 꽃은 누가 보더라고 모두 꺾고 싶은 법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조금 전 모습은 분명 뭔가를 두려워하는 모습이었다. 소지연은 눈앞에 있는 사람이 장태훈이 아니라 송민우인 걸 보고는 잠깐 멈칫하더니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때, 고성호의 소리가 룸에서 들렸다. "민우야, 왜 이렇게 오래 걸렸어, 다 널 기다렸잖아!" 송민우가 가볍게 답했다. "응." 그는 품에 있는 그녀를 놓아주고는 옆으로 돌아 룸으로 들어갔다. 소지연은 멍해졌다. 전에 송민우와 고성호가 그렇게 싸웠지만 지금 보아하니 아무 일도 없는 것 같았다. '하긴, 내가 뭐라고 엄마 뱃속에서부터 친구였던 우정을 깰 수 있겠어?' '난 그럴 자격 없잖아.' 비록 그녀가 최근 먼저 송민우한테 연락하지 않았고 적극적으로 구애하지도 않았지만, 조금 전 송민우가 차갑게 떠나가는 모습을 보아하니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그날 밤 침대에서 뜨거웠던 만큼, 지금 그녀한테 차가웠다. '송민우처럼 피라미드 꼭대기에 있는 사람들한테는 원나잇이 아주 흔한 일이고 마음에 둘만한 일이 아닐 거야. 어쩌면 그날 한 말을 진작에 잊었을 수도 있어.' 소지연은 자조하듯 입꼬리를 당기고는 뒤돌아 떠났다. 북쪽에 있는 휴식 구역은 야외 베란다였고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서 담배를 피우며 바람을 쐬고 있었다. 소지연이 앞으로 가려고 하는데 옆에서 누군가 그녀를 잡고 비상구로 데려갔다. 남자는 그녀를 문으로 밀고는 그녀의 두 손을 제압했는데 남자의 카리스마 넘치는 숨결이 그녀의 귓가에 들렸다. 소지연은 깜짝 놀랐고 다리를 들어 그를 차려고 했는데 긴 다리에한테 제압당했다. "너무 무례하네." 남자의 놀리는 소리가 들렸다. 불이 켜졌고 소지연은 송민우의 얼굴을 보았다. "네가 왜 여기 있어?" "담배 피우려고 나왔어." 소지연은 어이가 없었다. "몰래 뭐 하는 거야?" 송민우는 물으면서도 자세를 바꾸지 않았고 여전히 야릇한 자세를 하고 있었다. 밀폐된 공간이라 아무 감정도 섞이지 않은 질문에도 뭔가 분위기는 달라졌다. 그녀가 그한테 도움을 구할지 말지 고민하고 있는데 복도에서 장태훈의 목소리가 번개처럼 들려왔다. "지연아, 그만 숨어, 나 너 봤어. 화장실은 다른 방향이야, 얼른 나와, 아저씨가 너 데리고 가줄게." 장태훈화의 비열한 목소리에 소지연은 역겨워 났다. 그녀는 더는 송민우를 밀어내지 않았고 오히려 그가 자신을 내보내지 않길 바라며 간절하게 그를 바라보았다. 조금 전까지 신체적인 접촉을 거부하더니 지금은 오히려 조용해졌고 송민우의 품에 안길 것처럼 굴었다. 겁에 질린 고양이처럼 자기 몸에 붙어있는 소지연을 보며 송민우는 눈썹을 씰룩거렸고 조용히 구경하고 있었다. 그도 장태훈에 관해 들어본 적이 있었다. 몇 년 전에 돈을 많이 벌게 된 건축 자재 사장이었고 여대생을 갖고 놀기를 제일 좋아했다. 소지연이 소씨 가문에서의 처지를 생각하면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소지연이 먼저 입을 열지 않으면 그도 먼저 도와주지 않으려고 했다. "왜 안 나가? 너 찾잖아." 그는 일부러 그렇게 물었는데 숨결이 소지연의 이마에 닿았고 간지러운 느낌이 들었다. 소지연은 주먹을 꽉 쥐고는 굴욕스러워했다. "나 도와주면 안 돼?" 나지막하고도 애절한 사정이었다. "필요할 땐 나한테 사정하고, 필요 없을 때는 연락도 없고, 난 착한 사람이 아니야, 네가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사람도 아니야." 소지연은 그의 말을 곱씹어 보았다. '내가 먼저 연락하지 않았다고 탓하는 거야?' 그녀는 반짝이는 눈을 하고 그의 얼굴을 보며 가느다란 손으로 그의 가슴을 가볍게 긁었다. 송민우는 머리를 숙였고 수심이 깊어졌는데, 단단한 근육 위로 그녀의 손은 유난히 더 나른하고 연약해 보였다. 그녀는 발꿈치를 들어 그의 입에 입맞춤했다. 그의 입술은 건조했고 차가웠는데 아직 담배와 박하 냄새가 있었다. 그녀는 그를 속일 생각이 없었다. 송민우가 얼마나 교활한 여우인지 잘 알았고 그를 속이는 것보다 그가 원하는 걸 주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그가 그녀를 보는 눈빛이 이상하다는 걸 소지연은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아주 조심스럽게 입맞춤했고 겉만 겉돌았고 기술은 전혀 없었다. 그녀는 송민우도 별로 느끼지 못하는 걸 알 수 있었다. 그가 아주 차분하고도 냉담하게 그녀가 어떻게 자신한테 잘 보이려 하는지 내려다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오기가 생겼다. '송민우한테 내가 이렇게 매력 없는 거야?' 그녀는 일부러 몸을 가까이했다. 입술이 닿자 그녀는 그의 윗입술을 가볍게 깨물었는데 그의 호흡이 달라진 걸 느꼈다. 수심이 깊은 그의 눈동자에 이미 야릇한 기운이 가득해졌다. 하필 그때, 소지연은 일부러 행동을 멈추고 물러났다. 물러나자마자, 그는 그녀의 허리를 꽉 잡았다. 그는 그녀를 자기 앞으로 데려와 머리를 숙여 입맞춤했다. 이번엔 그가 더 적극적이었다. 그는 아주 잘했고 기교도 넘쳤기에 바로 소지연을 만족하게 하여 눈을 반짝이게 했다. 그는 아주 강력했고 카리스마 넘쳤기에 소지연은 숨이 멎는 것 같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나른해져서 그의 품에 기댔다. 송민우는 호흡이 가빠로워졌고 자리를 바꾸어 그녀의 등을 문에 기대게 했다. 받쳐혀주는 문이 있으니 그는 더 강렬하게 나갔고 점점 더 거세졌다. 그가 놓아주자 소지연은 자신의 입술이 찌릿한 걸 느꼈는데 아마 부은 것 같았다. 소지연은 왜인지 그가 자신한테 벌 주는 것 같았다. 숨을 내뱉자 남자의 냄새가 섞여 담배와 박하 향이 느껴졌는데 싫지만은 않았다. 그녀는 지금 자신의 모습이 얼마나 야릇하고 아름다운지 몰랐다. 그녀는 반짝이는 두 눈으로 간절하게 그를 바라보았는데 그 눈빛에는 애교가 섞여 있었고 불쌍해 보이기까지 했다. 야릇한 분위기가 사라지지도 않았는데 누군가 문을 열었다. 송민우는 당황하지 않고 소지연의 머리를 만지며 그녀를 가볍게 안으로 숨기며 문을 열고 나갔다. "송, 송 대표님?" 송민우의 말투에는 불쾌함이 섞였다. "왜 이렇게 시끄러워요?" "저, 제가 사람 찾고 있어요, 잘못 봤나 봐요." 장태훈은 웃어 보였고 송민우가 더 말할 필요도 없이 그는 재빨리 떠났다. 송민우는 다시 돌아와 문을 닫아버렸다. "고마워." "내가 이따 너 데려다줄게, 장태훈이 네가 나랑 같이 있는 걸 봤으니까, 더는 너한테 어쩌지 못할 거야." 소지연은 얌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송민우는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는 그녀가 얌전한 척, 순진한 척하고 있지만 사실은 마음도 없는 나쁜 년이고, 손가락만 까딱거려도 남자의 감정을 갖고 놀 수 있고 그러고는 또 아무렇지 않다는 듯 억울한 척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갑자기 고성호의 옆에 있던 신인아가 소지연과 많이인 닮은 것 같았다. 두 사람이 잠깐 침묵하자 불이 다시 꺼졌다. 어둠 속에서 또 이상한 분위기가 흘렀다. 송민우는 검은 눈동자로 소지연을 빤히 쳐다보았는데, 날카롭고 소유욕이 넘치는, 마치 당장이라도 먹이를 덮치려는 맹수 같았다. 조용한 십 몇 초간 소지연은 어둠 속에서 송민우의 압박을 느끼며 심장이 쿵쾅거렸는데 당장이라도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송민우는 한 발 다가갔고 커다란 몸으로 소지연을 압박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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