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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말해봐, 너랑 고성호, 어떻게 된 거야?" "우리 헤어졌어, 걔가 헤어지자고 했어." "약혼 소식 이미 다 공개했잖아, 결혼이 애들 장난인 줄 알아?" "걔가 바람 피웠어, 그 여자가 이미 걔 아이 임신했어. 헤어지자고 하는 것도 좋아, 난 더 이상 엮이고 싶지 않아." "창피해 죽겠네!" 심미자가 욕했다. 고성호가 도덕이 없는 걸 욕한 건지 아니면 소지연이 남자를 잡지 못해서 창피를 당했다는 걸 욕했는지 알 수 없었다. 심미자는 생각하면 할 수록 화가 났는지 몇 걸음 걸어와 손가락으로 소지연의 관자놀이를 찍으며 말했다. "송씨 가문에 빌붙을 수 있을 것 같아? 송민우가 어떤 사람인데, 네 신분을 받아줄 것 같아? 내가 똑똑히 말하는데, 고성호랑 다시 만나서 결혼 하든지, 아니면 나랑 같이 접대 나가고 맞선 봐." 맞선이라는 말을 들은 소지연은 몸을 부들거렸다. 전에 심미자가 소지연한테 칠순이 넘는 부동산 재벌을 소개해 주었다. 그는 와이프가 둘이나 죽었고 슬하에 자식이 열 몇 명이 있었는데, 어떤 자식은 심지어 소지연의 부모님 나이었다. 상대는 소지연한테 여자로서 행실을 바르게 하고 결혼해서 자기 가족을 모두 잘 보살피라고 했다. 그건 와이프를 찾는 게 아니라 가정부를 찾는 것과 다름없었다. 소지연은 또 그 재벌이 나이는 많아도 그쪽으로는 아주 잘 놀아서 아가씨와 어린 연예인들이랑 관계도 많이 맺었다고 들었다. 나중에 그녀가 고성호와 사귀었고, 심미자가 고성호의 가문이 그 재벌과 비슷한 것 같아 그제야 소지연한테 맞선을 보지 않게 했다. 심미자는 소지연을 방으로 보냈다. 문을 닫은 소지연은 침대에 쓰러져 이불을 뒤집어쓰고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버티면...' '해성 예술 학교의 초빙고용 통지서를 받으면 숙모한테서 벗어날 수 있고 이 집에서 나갈 수 있어...' 그녀가 휴대폰을 꺼내 보니 고성호가 미친 듯이 그녀한테 전화를 걸었고 메시지를 가득 보냈었다. 왜 자기 친구를 꼬셨냐고 질타하는 거였다. 소지연은 귀찮아서 그냥 그를 차단했다. 하지만 조금 전에 추가한 송민우의 연락처는 버젓이 있었다. 송민우와는 협상을 마친 것 같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상대가 그냥 재미로 하는 것 같았고 어쩌면 바로 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소지연은 송민우한테 먼저 연락하지 않았고 송민우를 만나지도 않았다. 그녀는 입사하는 일로 바삐 보냈다. 하지만 심미자는 며칠 지나지 않아 또 소지연을 데리고 상류 사회의 연회와 사업계의 술자리에 참가했다. 연회에서 심미자는 소지연을 데리고 인파를 누비며 술을 마셨다. 소지연과 같은 미인은 당연히 연회의 주인공이 되었다. 많은 사업계 재벌이며, 정치계 유명 인사들도 소지연을 마음에 들어 했다. 예쁜 외모는 정말이지 좋은 거였다. 이런 환경에서 미모는 가치로 전환될 수 있었다. 그날 저녁, 심미자는 큰 프로젝트를 여러 개 계약했고 소지연도 많은 사람과 연락처를 주고 받았다. 연회가 거의 끝나자 심미자는 갑자기 소지연을 건축 자재 사장한테 보냈다. "장 사장님, 우리 지연이 잘 부탁드립니다, 혹시 잘 못하더라고 잘 봐주세요." "심 대표님이 볼 일 있으시다니, 제가 무조건 잘 보살펴야죠, 지연이가 다 놀고 나면 집에 보낼게요." 소지연이 아무리 생각이 없다고 해도 그게 무슨 말인지는 알 수 있었다. 소지연의 명성이 좋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결혼하겠다고 했는데 소지연이 고성호를 핑계로 모두 돌려보냈기에 그 사람들을 건드리게 되었다. 그런데 지금은 약혼식 전에 고성호한테 차였으니 소지연은 정략결혼에서 상대와 협상할 우세를 잃은 것과 같았다. 그녀의 젊음은과 미모를 낭비할 거면 차라리 그 가치를 이용해서 그녀한테 관심 있는 사장님들한테 선물해서 이익을 바꾸려는 거였다. 그런 생각이 든 소지연은 어지러워 났고 얼음물에 빠진 듯 온몸이 차가웠고 마음은 더 차가웠다. 그녀의 숙모는 정말이지 너무 독했다. "지연이 힘들어? 저기 가서 앉을까?" 장태훈은 얼굴을 들이대면서 소지연을 보며 비열하게 웃었다. 그러고는 소지연이 거절하기도 전에 그녀의 어깨를 잡고는 그녀를 끌고 구석으로 갔는데 무슨 속셈인지 너무 티가 났다. '아직 연회장에 있는데 이렇게 급해하다니.' 소지연은 역겨운 느낌을 참았고 마음속으로 이 변태를 떠날 방법을 생각했다. 자리에 앉자 장태훈은 역시나 가만히 있지 못하고 거칠거칠한 손을 소지연의 허벅지에 놓았다. 소지연은 감전이라도 된 듯 벌떡 일어섰고 낯빛이 어두워졌다. 하지만 앞으로 소씨 가문과 심씨 가문의 처지 때문에 얼굴을 붉히지 않고 화를 참았다. "저 화장실 가고 싶어요, 아까 주스를 너무 많이 마셨나 봐요. "그래, 가 봐, 빨리 다녀와." 장태훈은 눈을 게슴츠레 뜨고 마치 그녀를 손바닥에 넣었다는 듯 소지연을 바라보며 웃었다. 소지연은 재빨리 다른 방향으로 걸어갔다. 사실 그녀는 화장실이 어디 있는지 몰라고 그저 일단 도망가고 싶었던 거였다. 하지만 장태훈이 따라올 줄 생각도 못 했다. 그녀는 바로 경계했고 8cm가 되는 하이힐을 신은 채 뛰기 시작했다. 소지연은 오늘 긴 머메이드 드레스를 입었는데 슬림한 디자인이라 그녀의 허리와 엉덩이를 완벽하게 자랑했지만 뛰기는 아주 힘들었다. 그녀는 장태훈이 쫓아올까 봐 잡히는 대로 룸의 문을 열었다. 문이 열렸고 생각지도 못하게 소지연은 고성호와 눈을 마주쳤다. 고성호는 문과 마주한 소파 정중앙에 앉아 담배를 입에 문 채로 포카를 놀고 있었다. 그의 옆에는 친구들이 있었는데 소지연도 잘 아는 친구들이었다. 제일 이상한 건, 고성호의 여자 친구 신인아도 있다는 거였다. 고성호는 몸에 힘을 준 채로 소지연을 빤히 쳐다보았다. 허수원 옆에 앉았던 우지훈이 먼저 고성호의 이상함을 눈치채고 고성호의 시선을 따라 보았는데 소지연을 보더니 바로 팔로 옆에서 포카를 나누고 있던 허수원을 툭툭 쳤다. "아이고, 자리가 좁은 거야, 아니면 나랑 잘해보려고 그러는 거야..." 머리를 든 허수원은 귀신이라도 본 듯 말문이 막혀버렸다. "젠장, 너희들이 정말 맞혔네, 성호랑 헤어진 지 얼마 안 돼서 참지 못하고 다시 찾아올 거라고 했잖아." "성호야, 오늘 일부러 너 찾으러 온 거 아니야?" 소지연을 본 신인아의 순진하고 무고한 얼굴은 순간 새하얗게 질렸다. 그녀는 고성호의 팔을 잡고 불안하고 황송해했는데 아주 억울해 보였다. 소지연이 아무 것도 하지 않았는데 마치 괴롭힘을 당한 것처럼 굴었다. 고성호는 시선을 거두었고 그녀를 완전히 무시했다. "안 놀 거야? 계속해." 신인아는 낯빛이 새하얘져서 나지막하게 고성호한테 말했다. "성호야, 나 몸이 안 좋아서 가고 싶어..." "왜 그래? 어디 아파? 병원 갈까?" 고성호는 아주 부드러운 목소리로 다정하게 물었다. 허수원은 신인아의 모습을 보며 더는 참지 못하고 소지연한테 버럭했다. "소지연, 성호가 지금 신인아랑 아주 잘 만나고 있는데 왜 또 온 거야? 너랑 성호, 정말 네 잘못이 없다고 생각해? 신인아가 성호한테 너보다 천 배, 만 배는 잘하니까 주제 알고 더는 질척거리지 마." 그 사람들을 보고 나서 소지연은 더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잘못 생각한 거야, 난 사람을 찾고 있었어, 잘못 들어온 거야." 그러고는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나갔다. 지금 그녀는 장태훈이 더 걱정이었다. 다른 생각을 한 탓이었을까, 그녀는 뒤돌자마자 누군가의 품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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