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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장

육태준은 이른 아침부터 경호원에게 하채원이 원더랜드에 갔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원더랜드는 왜?” 그가 알기로 원더랜드는 재벌가 도련님들이 술 마시고 노는 데라 워낙 ‘더러운’ 장소이다. 경호원이 잠시 머뭇거린 후에야 대답했다. “선보러 가신 것 같습니다.” 순간 육태준이 눈을 가늘게 뜨고 음침한 기운을 내뿜었다. 주변 공기마저 살얼음판으로 변해갔다. ‘볼일이란 게 선보러 가는 거였어?’ 그는 또 한 번 하채원을 다시 보게 되었다. 육태준의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경호원은 그의 성격을 워낙 잘 알아서 감히 심기를 건드리지 못한 채 조심스럽게 사무실을 나섰다. 오후 두 시. 누군가가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대표님.” 안으로 들어온 하채원은 육태준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바로 눈치챘다. 그는 음침한 눈빛으로 하채원을 쳐다봤다. 차갑고 예리한 시선은 마치 그녀의 마음을 훤히 꿰뚫어 볼 것만 같았다. “볼일 다 봤어?” 육태준이 차분한 말투로 의미심장한 질문을 내던졌다. 한편 하채원은 그의 뜻을 전혀 캐치하지 못했다. “네. 어제 저랑 함께 어디 다녀오시겠다고 하지 않았어요?” 육태준은 아무런 대답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오전에 어디 갔다 왔어?” 그는 하채원을 빤히 쳐다봤다. 이렇게 묻는다는 건 이미 다 알고 있다는 걸 말해주고 있다. 하채원은 그의 따가운 시선을 견뎌내며 솔직하게 대답했다. “선보러요.” 육태준은 어이가 없어 실소를 터트렸다. ‘어떻게 이런 말을 이렇게 당당하게 할 수 있지?!’ 그는 차오르는 분노를 꾹 참으며 질문을 쏘아붙였다. “왜? 그렇게 외로워? 두 남자로도 부족해?” ‘외롭다니? 두 남자라니?’ 하채원은 순간 울화가 치밀었다. ‘이 인간이 지금 날 뭐로 보는 거야?’ 그녀는 야유 섞인 미소를 지으며 또박또박 말했다. “이봐요, 육태준 씨! 지금 뭔가 오해한 것 같은데 나 싱글이에요. 선보는 게 뭐가 잘못됐나요?” “싱글?” 육태준은 더 이상 분노를 참지 못하고 싸늘한 표정으로 그녀의 팔을 덥석 잡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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