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장
하채원은 시비를 가리지 못하고 은혜를 원수로 갚는 이 남자와 더는 엮이고 싶지 않았다.
“죄송한데 몇 년 전에 큰 병에 걸려 많은 사람과 일들을 잊어버렸어요.”
말을 마친 하채원은 나인원으로 돌아갔다.
김도영은 그 자리에 굳어져 버렸다.
‘잊어버렸다고?’
김도영은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가슴이 먹먹해졌다.
한편 도련님이 이렇게 혼비백산한 모습을 처음 본 경호원은 감히 앞으로 나설 엄두를 내지 못했다.
하채원은 나인원에 돌아간 후 소파에 피곤한 몸을 기댔다.
같은 시각, 에스타니아 공항에서 절친 조아현이 미리 비행기 표를 사서 오늘 저녁에 단현시에 도착한다는 것을 하채원은 알 지 못했다.
하선우도 인터넷에서 같은 비행기 표를 구매해 몰래 승객 속에 숨어 비행기에 탑승했다.
저녁 7시쯤 조아현은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하채원에게 전화했다.
그녀는 자신의 뒤에 자기보다 더 큰 캐리어를 끌고 운동복차림에 모자를 쓴 아이가 따라다닐 줄 생각지도 못했다.
다른 사람들의 이상한 시선에 조아현은 어리둥절해졌고 비난 소리가 점점 더 켜지는것을 느꼈다.
“이 엄마가 어떻게 아이를 돌보는 거야? 아이더러 이렇게 큰 캐리어를 끌게 하다니.”
“요즘 청년들은 기가 막히네.”
“이런 사람은 엄마가 될 자격이 없어!”
자신을 잡아먹을 듯한 주변 사람들을 보며 조아현은 어리둥절해져 있을 때 진지하면서도 앳된 목소리가 들려왔는데 그제야 조아현은 큰일이 났다는 것을 알게 됐다.
“엄마, 걸으면서 전화하면 안 돼요. 조심하셔야죠.”
‘어머? 나한테 언제 아들이 생겼어?’
조아현은 모자와 마스크를 쓴 채 보석처럼 빛나는 두 눈 가진 어린아이가 큰 개리어 옆에서 자신을 바라 보고 있는 것을 보고 발을 동동 굴렀다.
‘나 욕 나올 것 같아, 어떡하지? 채원이가 아들이 따라온 걸 알게 되면 미쳐버릴 거야.’
공항에 있는 사람들은 아이의 말을 듣고 마음이 애잔해졌지만 또 기특해 보였다.
“귀여워, 철이든 아이네.”
“내 아들이었으면 좋겠어.”
“안타깝게도 무책임한 엄마를 만났어.”
...
조이현은 눈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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