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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3장

두 사람은 복도 끝에 도착했다. “그동안 지은이 잘 지냈죠? 그렇죠?” “잘 지냈을 거예요.” 강아영이 말했다. “근데 가장 원하는 건 여전히 못 가졌어요. 지은이가 뭘 제일 원했는지 민성 씨도 알고 있잖아요.” 윤민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죠.” 처음 만나 함께 지내게 되면서 알게 된 사실이다. 안지은에게는 가족이 없었다. 그럼에도 학업을 계속 이어갈 수 있었던 건 강아영과 같은 학교를 다녔고 강씨 가문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다. 할머니가 세상을 떠난 후 그녀에게는 더 이상 가족이 없었다. 때문에 안지은이 가장 원했던 건 자신만의 집, 진정한 의미에서의 가족이었다. 십여 년이 흘렀지만 안지은은 여전히 그걸 가지지 못했다. 강아영의 의도는 명확했다. 줄 수 없는 거라면 더 이상 잡지 말라는 뜻이었다. 더구나 지금 와서 윤민성이 주고 싶다고 해도 안지은이 받아줄 가능성은 희박했다. 그녀 스스로가 말했던 것처럼 말이다. “내 스스로 가질 수 있는 건데 다른 사람이 준다고 해서 꼭 받아야 하는 건 아니잖아?” 윤민성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러다 오랜 침묵 끝에 겨우 한 마디를 내뱉었다. “알았어요. 갈게요.” 매우 낮고 쉰 듯한 목소리였다. ‘지은이 찾다가 목이 다 쉬어버렸나 보네...’ 서지훈은 휴게실 소파에 앉아 강아영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핸드폰 벨 소리가 울렸고 그는 화면을 확인한 뒤 전화를 받았다. 그렇게 조민재의 말을 듣고 나서 그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확실해?” “네. 확실합니다.” 그의 얼굴은 점점 어두워졌다. 지금껏 이해되지 않았던 많은 점들이 이 소식을 통해 하나로 이어지는 듯했다. 입술을 살짝 깨물며 서지훈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강아영의 발소리가 들려오자 그는 조용히 말했다. “알겠어. 이만 끊자.” 곧 강아영이 그의 옆에 섰다. “이제 좀 쉬어요. 여긴 내가 지킬 테니까.” 하지만 서지훈은 움직이는 대신 강아영을 무미건조한 눈빛으로 올려다보았다. “우리 화해 못 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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