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20장
서지훈은 이지원이 아무리 멍청하게 행동해도 가진 것을 아끼지 않고 그녀를 감싸주었다.
정말 말 그대로 지극정성을 다 했다.
서지훈은 이대로 김건우를 죽여버리고 싶었지만 결국 멱살을 풀어주었다.
“당신은 나한테서 그 어느 것도 가져갈 수 없을 거야.”
서지훈은 김건우가 방해 공작을 한 탓에 오랜 시간 ‘그녀’를 찾지 못했다가 중간에 이지원으로 착각하고 강아영에게 갖은 상처를 다 주고서야 그간 자신이 기다렸던 사람이 아내인 강아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만약 당신이 하운 그룹을 손에 넣지 못하면 큰아버지가 당신을 어떻게 처리할까?”
서지훈의 말에 김건우의 동공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김건우는 금세 다시 평온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서지훈의 큰아버지인 서인욱은 김건우라는 칼을 그간 잘 갈고 닦아 왔다.
그런데 만약 서인욱이 그를 온전히 믿었다면 납치 같은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니 김건우를 두려워하게 만들 수 있는 건 그를 서인욱에게 넘겨주는 일뿐이다.
서지훈이 떠나고 김건우는 자리에 멈춰선 채 손에 든 담배를 피우며 낮게 웃었다.
...
토요일.
강아영은 서태웅을 재운 후 김건우를 찾으러 갔다.
서지훈이 조민재를 동행하게 한 덕에 그녀는 혼자가 아니었다.
김건우의 집 앞에 도착해보니 대문이 열려 있는 것이 보였다.
조민재는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그녀가 나오기를 기다리겠다고 했다.
이에 강아영은 알겠다고 한 뒤 천천히 안으로 들어갔다.
거실로 들어가 보니 김건우가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는 채로 소파에 누워 잠을 자고 있는 것이 보였다.
강아영이 이름을 불러봤지만 김건우는 숙면에 취한 건지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김건우는 지금 악몽을 꾸고 있었다.
꿈속에서 그는 또 한 번 철창 안에 갇힌 채 개들과 개밥을 뺏어 먹는 아이를 보게 되었다.
“김건우 씨!”
김건우가 눈을 번쩍 떴다.
눈을 떠보니 강아영이 바로 눈앞에 있었다.
김건우는 누운 상태로 잠시 정신을 가다듬더니 이내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왔어요?”
“나한테 보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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