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장
그의 말에 강아영은 대답하지 않았다.
어차피 그녀와 주하진은 아무 사이도 아니인데다 만날 때도 항상 안지은과 함께였다. 선을 지키고 그녀를 존중해 주는 느낌이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서지훈의 눈엔 그녀가 아무 남자나 만나고 다니는 여자로 보이다니 왠지 씁쓸했다.
하지만 일단 무사히 브로치를 돌려받기 위해 강아영은 짧게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서지훈도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팔로 그녀의 허리를 감은 채 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고 잠이 든 듯했다.
새벽 네시쯤, 감기약 때문인지 너무 뜨거운 서지훈의 가슴 때문인지 강아영은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찐득찐득한 느낌이 찝찝해 그녀는 샤워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최대한 조심스레 팔을 옮기고 침대에서 일어나려 했지만 그 소리에 결국 서지훈은 눈을 뜨고 말았다.
“누워있어.”
일어나려는 강아영을 다시 눕힌 서지훈은 잔뜩 졸린 눈으로 그녀의 몸을 닦아주기 시작했다.
뜨겁던 몸은 한결 시원해졌지만 강아영은 더는 잠이 오지 않았다.
이런 순간이 왜 하필 그녀가 모든 걸 포기한 때에 온 것인지 원망스러웠다.
다음 날, 강아영은 엄마 걱정에 일찍 일어났다.
“네, 아가씨. 사모님 깨셨어요. 아가씨를 찾으시네요.”
이영자가 전화를 통해 말했다.
강아영은 브로치를 챙겨가면 진혜연이 더 좋아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한편, 서지훈의 저택을 담당하는 아주머니는 어제, 오늘 휴일인 듯 싶었다.
‘어쩐지 어제 거실에서 대놓고 그런 짓을 하더라니.’
강아영이 아침을 차리고 서지훈은 별 불만없이 식탁 앞에 앉았다.
밑반찬에 정갈한 국, 전형적인 한식 아침 식사였다.
서지훈이 기분이 좋아 보이는 모습에 강아영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브로치는 언제 줄 거예요?”
“브로치 때문에 이러는 거야?”
표정이 살짝 어두워진 그가 최대한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죠?”
국을 한 입 떠먹은 서지훈이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아침부터 사람 기분을 이렇게 잡치게 만들어야겠어?”
‘내가 이럴 줄 알았어...’
강아영은 억울한 마음에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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