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4장
서지훈은 남색 정장에 검은 셔츠를 입고 있었다. 넥타이도 매지 않고 두꺼운 외투도 입지 않은 모습은 해성의 날씨에 비해 다소 얇아 보였지만, 한눈에 봐도 특별히 멋있었다.
루센의 광고 모델 선발은 이미 지역 결승에 접어들어 많은 언론이 자리에 있었고, 서지훈을 보자마자 득달같이 몰려들었다.
며칠 전 이지원의 내연녀라는 논란에 당사자들은 SNS에서 간단하게 입장을 밝혔다. 지금 당사자 모두 이 자리에 있기에 기자들은 당연히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서 대표님, 오늘은 공무로 오신 건가요, 아니면 사적인 일인가요?”
“사적인 일입니다.”
서지훈이 기자의 물음에 대답하며 시선을 사람들 너머 강아영에게로 돌렸다.
“이지원 씨 보러 오신 건가요?”
또 다른 기자가 물었다.
그 순간 이지원은 존경스러운 눈빛으로 서지훈을 보고 있었고, 창백한 얼굴로 휠체어에 앉아 있어 더욱 애처롭게 보였다.
비록 서지훈이 이지원과 단지 업무 관계라고 해명했지만, 지금 이 순간에는 전혀 설득력이 없었다.
“서지훈 무슨 뜻이야?”
안지은은 미간을 찌푸리며 화가 나서 미칠 것 같았다.
‘아영이가 이지원을 곤경에 빠뜨리면 서지훈이 뒤에서 수습해 준다는 뜻이야?’
‘사람이 어떻게 이 정도로 비겁할 수 있지?’
그러자 강아영이 안지은을 보며 말했다.
“지훈 씨가 무슨 생각을 하든 넌 신경 쓸 필요 없어. 넌 네 일이나 잘해.”
‘다 예상했던 거잖아?’
서지훈이 있는 한, 이지원을 어찌할 수 없었다.
‘항상 내 계획을 망치면서도 아이를 낳아달라고?’
순간 강아영은 가슴이 답답해 왔다.
이 순간 이지원은 부끄러운 듯 대답하면서 뻔한 거짓말을 했다.
그 대답에 많은 사람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서지훈의 찐 사랑은 이지원인 것 같아. 아니면 왜 이 시점에 이지원 체면을 세워주러 나타났겠어?”
이러한 말들을 들으면서도 강아영은 평정심을 유지했다.
서지훈은 항상 자기 앞에서는 이지원과 아무 사이도 아니라면서 외부에서 일부러 애매하게 행동해 그녀를 애지중지한다는 걸 모든 사람에게 알리며 상황을 악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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