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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장

임서우가 한은실과의 관계를 의심할 줄이야. 임예지는 매우 의외였다. 하긴, 한은실이 오죽 멍청하게 행동했으면 그녀의 의심을 다 살까? 임서우의 추측이 맞았다. 임예지야말로 한은실과 임진환이 낳은 친딸이다. 한편 한은실과 임진환이 이번 생에 가장 잘한 일이 바로 임서우가 태어난 후 두 아이를 바꾼 것이다. 임예지는 일여덟 살 때 이 진실을 알게 됐다. 그녀는 자신에게 두 쌍의 부모가 있는 걸 제법 즐겼다. 임서우가 친자확인 검사를 받으러 왔을 때 마침 임예지도 황이진을 보러 병원에 왔다가 임서우의 샘플을 제 것으로 바꿨다. 훔쳐 온 인생이라 해도 임예지는 절대 손을 놓아줄 리가 없다. “예지야?” 황이진이 돌아왔다. “엄마!” 임예지는 커피를 내려놓고 다가가서 황이진을 부축했다. “또 어디 다녀오셨어요 걱정되게?” 황이진의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가 띠었다. “방금 서우 만나서 얘기 좀 나눴어.” 임예지는 흠칫 놀라더니 아무 말도 잇지 못했다. “예지야.” 황이진이 계속 말했다. “너랑 하성이...” “엄마!” 임예지가 덥석 말을 잘랐다. “난 꼭 하성이랑 결혼할래요. 그해도 서우 때문에...” “예지야, 엄마 믿지? 그해 일은 분명 오해가 있었을 거야. 서우는 착한 아이잖니.” “엄마!” 임예지의 두 눈이 빨개졌다. “나야말로 엄마 딸이라고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도 못 얻고 평생 괴롭게 살길 바라세요?” “...” 황이진은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엄만 그런 뜻이 아니라... 서우 그 아이가 너무 불쌍하잖니.” “됐어요. 엄마는 푹 쉬세요. 서우도 가족이 있으니까 엄마가 신경 안 써도 돼요.” 임예지는 더는 듣고 싶지 않았다. 혈연관계 때문인지 황이진은 항상 임서우를 유난히 아끼는 것 같았다. 수년간 그녀가 아무리 임서우의 험담을 해도, 생일파티 사건까지 벌어져도 황이진은 줄곧 임서우를 믿어주고 있다. 병원에서 나온 임서우는 기분이 바닥을 쳤다. 그녀는 김은아에게 전화해 제로 와인바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지금 강하성한테서 얻을 수 있는 건 오직 이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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