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장
“죽을래?”
김은아는 한창 화풀이할 데가 없어 답답할 따름이었다.
그녀는 김아진보다 훨씬 키가 커서 동생의 머리채를 확 잡아당겼다.
“넌 오늘 내 손에 죽었어.”
두 사람은 곧 치열한 사투를 벌였고 김아진의 처참한 비명이 제로 와인바에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졌다.
둘러싸여 구경하는 사람들도 점점 더 많아졌다.
“그만해. 제발 그만하라고.”
임서우가 나서서 말리려다가 김아진에게 실수로 몇 번 얻어맞기까지 했다.
두 사람 모두 만만치 않았고 임서우는 당최 그 둘을 떼어낼 수가 없었다.
“내가 할게요.”
이때 불쑥 중저음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임서우가 고개를 돌려 보니 큰 키에 삐쩍 마른 남자가 김아진의 양손을 잡고 있었다.
“그만해.”
임서우도 재빨리 김은아를 부둥켜안았다.
“됐어. 그만 화 풀고 집에 가자.”
“내가 왜?”
김은아는 양손을 휘두르며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모습이었다.
“가도 저년이 가야지!”
김아진이 그 남자를 보더니 표정이 싹 변해버렸다. 그녀는 울먹이며 남자의 품에 안겼다.
“지성 선배, 나 너무 무서워. 이만 집에 갈래.”
“알았어. 일단 집까지 데려다줄게.”
남자는 그윽한 눈길로 임서우를 쳐다보더니 김은아를 향해 머리를 끄덕이고 나서야 김아진을 데리고 바를 나섰다.
김은아는 떠나가는 남자의 뒷모습을 빤히 쳐다봤다.
“응?”
임서우는 문득 무언가가 떠올랐다.
“방금 저 남자 왜 이렇게 눈에 익지?”
“그래?”
김은아는 당황한 눈길로 두리번거렸다.
“생각났어.”
임서우가 두 눈을 크게 뜨고 김은아를 쳐다봤다.
“네가 대학교 때 짝사랑하던 그 선배였잖아! 이름이 뭐랬더라, 배... 뭐라고 했는데.”
김은아는 임서우를 잡아당겨서 자리에 앉히고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배지성.”
“맞네! 진짜 그 사람이었어?!”
임서우는 미간을 더 세게 찌푸렸다.
“근데 왜 김아진이랑 함께 어울리지?”
“내가 알 바야?”
김은아도 왠지 씁쓸한 말투로 말했다. 두 사람이 보통 사이가 아니라고 여기는 듯싶었다.
“에이 설마.”
임서우가 입을 삐죽거렸다.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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