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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장

“또 큰엄마 보러 오신 거예요?” 간호사가 물었다. “네.” 고개를 끄덕인 임서우가 씁쓸하게 웃었다. “그런데 아마 앞으론 못 올 거예요.” “어머, 왜요?” 간호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냥 그렇게 됐어요. 앞으로 저희 큰엄마 잘 부탁드려요.” 임서우를 바라보던 간호사는 불안한 듯 손톱을 뜯었다. 며칠 전, 간호사는 아무리 노력해도 황이진, 임서우가 그냥 친척 사이가 아니라는 생각을 지워버릴 수가 없었고 오지랖인 걸 알면서도 두 사람 몰래 유전자 검사를 의뢰했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놀랍도록 99.99% 일치, 그녀의 예상대로 두 사람은 정말 모녀사이였던 것이다. 하지만 결과를 알게 된 간호사는 더 혼란스러워졌다. 두 사람 모두 이 사실을 모르는 듯한데 집안 사정도 제대로 모르는 그녀가 괜히 이 일을 밝혔다가 멀쩡한 가정 하나를 파탄내는 게 아닌가 싶어 더 망설어졌다.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세요?” “아, 아니에요.” 임서우의 질문에 간호사는 고개를 저었다. “환자분은 제가 잘 챙길 테니까 서우 씨야말로 건강 조심해요.” ‘역시 좀 더 지켜보는 게 좋겠어.’ 병원을 나선 임서우는 바로 본가로 돌아가지 않았다. 임예지는 아마 그 집에서 저녁까지 먹고 돌아갈 게 분명할 터, 그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아 하릴없이 거리를 떠돌았다. 한편, 평소보다 조금 일찍 퇴근한 강하성은 집에 임예지가 떡하니 있는 걸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 “하성아, 왔어?” 임예지가 조심스레 그의 눈치를 살폈다. 그 모습에 강하성은 더 기분이 언짢아졌다. 언제부터일까? 임예지를 마주하는 것도, 임예지가 그의 가족과 가까이 지내는 것도 왠지 껄끄러워졌다. 말없이 돌아선 강하성은 임서우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걸 발견하곤 표정이 더 어두워졌다. “아들 왔어?” 밝은 얼굴로 그를 맞이한 박정원이 말했다. “얼른 옷 갈아입고 내려와. 밥 먹어야지.” 그리곤 임예지의 칭찬도 잊지 않는 박정원이었다. “예지가 엄라나 착한지 몰라. 아버님 드리겠다고 영양제며 선물이며 잔뜩 가지고 왔다니까.” “어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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