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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0장

하지만 김수지는 그녀의 표정을 못 본 척했다. 지난번 병원에서 그녀가 김수연을 독살하려 했다고 굳게 믿고, 박민혁더러 그녀를 처리하라고 간절히 바라던 양이나의 모습이 여전히 눈앞에 아른거렸다. 게다가 오늘 김수지는 양이나의 배려와 따스함에서 전혀 진정성을 느끼지 못했다. 이 작은 의자조차도 양이나의 불만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으니 말이다. '참 가소롭네.' '그렇다면 이 부부가 지나가는 개도 싫어하느 딸을 김씨 집안으로 불러들인 목적이 대체 뭘까?'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싶으세요?" 김수지가 오히려 직설적으로 물었다. 김병호는 순간 말문이 막혔고, 속으로 역시 김수지는 김수연만큼 사려 깊지 않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김수지를 버리고, 딸을 입양한다는 명목으로 사생아인 김수연을 김씨 집안으로 데려와 아내와 함께 키운 것이 참으로 신의 한 수였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에 잠긴 것도 잠시, 김병호는 이내 말을 이어갔다. "별일은 아니고, 그래도 우리 큰딸이 이혼하고 나면 어떻게 살아갈지 걱정이 돼서. 이혼하고 앞으로 어찌할 계획인지 물으려고 부른 거야." '역시 이혼 얘기를 꺼내시네.' 김수연과 관련 있는 것이 분명했다. 박민혁과의 이혼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찔러보는 거였다. 얼굴에 미소를 보이면서도 쓰레기를 보는 듯한 눈빛을 감추지 못하는 부모님들을 바라보며, 김수지의 쓴웃음도 점차 짙어졌다. 기대를 하지 말았어야 했다. 온갖 고난을 겪으며 홀로 가족을 찾으러 강남에 온 그녀가 그들의 비웃음을 받은 순간부터, 더 이상 부모님한테 어떤 기대도 품지 말았어야 했다. 하지만 가질 수 없다면 더 욕심나기 마련이다. 예를 들면 그녀의 사람이 아니고,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 박민혁이나, 한 번도 그녀를 친딸로 인정해 주지 않는 그녀 앞의 부모처럼 말이다.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 이혼 날짜가 확정되지는 않았어요." 역시나! '김수지는 가능한 한 빨리 박민혁과 관계를 정리할 생각이 없어.' 김병호는 어제 김수연이 전화로 한 말을 떠올리며, 머리를 빠르게 굴리기 시작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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