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9장
김수지가 말한 큰 매장은 바로 아주 평범한 도매시장이었다.
그런 곳에서 무슨 디자인을 논하겠는가.
김수지는 디자인 베이스와 아우라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했다.
박민혁은 김수지의 과거에 대해 궁금했던 마음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래. 그럴 능력은 없지만, 자신감이 넘치는 점은 보기 좋네."
책상 앞에 앉아 고귀한 얼굴을 하고는 김수를 향해 말했다.
하지만 이건 분명히 김수지가 주제 넘는다고 비웃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것 또한 김수연이라는 사람이 얼마나 형편없어도 김수지에게 얼마나 심한 일을 했어도 박민혁은 한결같이 김수연을 지켜줄 거라는 걸 말해주는 것이기도 했다.
김수지는 머리를 숙이고 자조하듯 웃으며 말했다. "이럴 거면 왜 이혼 안 해요? 나랑 이혼하고 김수연에게 명분을 주면 더 잘 사랑해주고 보호해줄 수 있지 않나요?"
"할머니가 다 아셨어. 넌 이 타이밍에 이혼하겠다는 거야?" 박민혁은 무의식 간에 김수지의 슬픈 눈을 피하고는 심문하듯 물었다. "김수지, 너 좋은 건 다 누리고 억울한 척 하지 마!"
'할머니가 아니었다면 바람 핀 일을 이렇게 쉽게 넘기지 않았을 거야!'
"너 예전부터 말끝마다 할머니를 위한다고 하면서 이혼 조건도 할머니가 모르게 하자고 했었잖아." 그때까지만 해도 박민혁은 김수지의 선량함에 조금이나마 감동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할머니가 진짜 위급하시니까 오히려 아랑곳하지 않고 기어코 나랑 이혼해야 하는 거야?"
"왜? 그 아기 때문에 마음이 아파?"
"나만 보면 그 아기가 생각나?" 박민혁의 말은 한마디 한마디 뼈를 찔렀다.
김수지는 이 말을 들으면서 두 사람이 예전에 그렇게 행복했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그래서 더 이혼해야 하는 거야!'
'무조건 이혼해야만 해!'
김수지는 더 이상 기억 속과 전혀 다른 남편이랑 같이 살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더 이상 박민혁이 악독한 말투로 아이를 입에 올리는 걸 듣고 싶지 않았다.
가까스로 살아남은 아기가 만약 아빠가 이런 말을 하는 걸 듣게 된다면 슬퍼할 게 분명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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