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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장

박민혁이 김수지를 보며 또박또박 말했다. "처음에는 확실히 할머니 몸이 걱정돼서였어, 그런데 방금 네가 한 말 들으니까 이제 확실히 알 것 같네. 너랑 이혼 안 한 거 할머니 때문이 아니야, 제일 중요한 이유가 뭔지 알아?" 박민혁이 말을 하며 김수지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의 호흡이 바로 그녀의 귓가에 흩뿌려졌다. 강압적인 그 기운에 김수지는 도망갈 생각도 하지 못했다. "왜요?" 김수지는 소파를 꼭 잡은 채 약해 보이지 않으려 여전히 고개를 들고 물었다. "네가 지현이랑 같이 있고 싶어 할수록 난 그 소원을 더 이뤄지게 하고 싶지 않거든." 박민혁이 차가운 얼굴로 슬프게 웃었다. 그의 말투에는 결연함도 담겨있었다. 김수지가 자신의 옆에서 괴로워할수록 박민혁은 그녀를 더 곁에 남겨두고 싶었다. 이것이 바로 그녀에 대한 가장 좋은 벌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그녀가 자신의 옆에서 계속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려는 것이다. '나는 네가 내 옆에서 계속 괴로워하게 할 거야!' 박민혁은 이미 도망가고 싶어 하는 김수지를 알아보고 그녀의 고통도 알아봤지만 하필 그녀가 괴로워하기를 바랐다. "저랑 지현이의... 아이가 생겨서 지금 어떻게든 저를 괴롭게 하려는 거예요? 이혼하라는 김수연까지 무시해 가면서?" 김수연의 얘기가 나오자 박민혁의 힘이 조금 풀렸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가웠다. "맞아, 너만 고통스럽게 할 수 있다면 난 아무것도 상관없어." 그 말을 내뱉은 박민혁은 스스로도 놀랐다. 이제 보니... 그가 김수지와 지현의 일을 이토록 신경 쓰고 있었다니. 그 아이를 이미 지운 지금까지도 아직 이렇게 신경 쓰고 있다니. 김수지가 직접 지현 얘기를 꺼내는 것을 들은 그는 더욱 신경이 쓰였다. "너무 욕심 부리지 마, 내가 네 뜻대로 너랑 지현의 일을 추궁하지 않았으니까 너도 내 와이프 자리를 얌전히 지키고 있어, 내 옆에서 떠날 생각은 영원히 하지 마." 박민혁이 김수지를 한 눈 보더니 말했다. 지현에 대해서 김수지만이 그가 얼마나 억울한지 알고 있다. 그는 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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