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장
차에 탄 허지은은, 몸이 젖은 걸 상관할 겨를도 없이 바로 차를 몰로 송성으로 향했다.
남동생 허지욱은 송성에서 대학원 연수를 하고 있었고, 성적이 아주 좋아 매년 전액 장학금을 받았고 전혀 그녀를 걱정시키지 않았다.
엄마가 돌아가고 나서, 두 남매만 남았다.
남동생이 없다면 허지은은 이번 생에 아무런 의미도 느낄 수 없었다.
그런 게 아니었으면, 부성훈 아버지가 남동생을 구해줬다고 그동안 부성훈과 그의 가족을 참아주지도 않았을 것이었다.
하지만 오늘 일어난 모든 일들과, 부성훈이 한 마음의 말에, 그녀는 자신이 그동안 들인 정성과 심혈이 모두 헛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녀는 아주 빨리 송성 병원에 도착했다.
허지은은 오는 내내 아무 표정도 하지 않았고 애써 침착하게, 절대 사고가 나지 않도록 노력했다. 아니면 남동생이 자기 때문에 죽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끽-"
차가 송성 병원 문 앞에 섰고, 그녀는 주차 자리를 찾을 시간도 없이, 차를 세우자마자 뛰어갔다.
그녀가 너무 급했는지 뒤에서 들어오는 차를 보지 못했다,
허지은은 다리를 살짝 부딪쳤고 바로 바닥에 쓰러졌다.
고급 차를 운전하던 기사는 깜짝 놀랐다.
"저 아가씨가..."
기사가 내려가 보려고 하는데, 그녀가 바로 일어나서는 병원으로 뛰어 들어가는 거였다,
"주 대표님, 이거..."
주민호는 그녀의 뒷모습을 힐끗 보고 말했다.
"조금 이따 어떻게 됐는지 물어봐."
"네."
이건 기사의 탓이 아니었다. 그도 그 차가 갑자기 끼어들 줄 몰랐고 갑자기 멈추고는 차에서 뛰어나올 줄 몰랐다.
급한 일이 있나 보네.
-
응급실.
허지은은 다리를 이렇게 떨었던 적이 없었다. 너무 떨어서 서 있을 수가 없어, 하는 수 없이 앉아서 동생의 상황을 들어야 했다.
동생이 택시를 타고 안현시로 가려고 했는데, 길에서 교통사고가 났고 기사의 상황이 동생보다 더 심각하다고 했다.
동생이 왜 갑자기 안현시에 가려고 했지?
허지은은 사인하고는 의사 선생님한테 제일 좋은 약을 쓰라고 했다.
하지만 돈을 지급하려고 하는데, 직원이 말했다.
"죄송합니다, 쓸 수 없는 카드입니다."
그건 부성훈이 그녀한테 준 서브 카드였다.
허지은은 얼른 카카오페이로 결제하려고 했지만 여전히 안 되었다.
"이것도 안 됩니다, 다른 지역에서 사용할 수 없도록 제한되어 있습니다."
전에는 안 이랬는데...
부성훈이 일부러 그런 건가?
그녀는 부성훈을 그렇게 악독하게 생각하고 싶지 않았지만 지금 동생한테 돈이 급하게 필요했다.
"잠시만요."
허지은은 휴대폰을 꺼내 비상구로 가서 부성훈한테 전화했다.
한참 기다려서야 부성훈이 전화를 받았는데 태도가 아주 싸늘했다.
"무슨 일이야?"
알면서 묻는 거였다!
"우리 둘 돈을 적금한 카드인데, 왜 다른 지역에서 쓸 수 없는 건데?"
부성훈이 웃었다.
"돈 쓰려고? 허지은, 사정해 봐, 네가 잘못했다고 하면 내가 바로 개통해 줄게."
"부성훈, 거긴 내 돈도 있어! 동생한테 문제 생겼어, 돈이 급하다고, 이럴 때 고집 좀 그만 부리면 안 돼?"
"너도 동생한테 문제 생긴 거 알아? 그럼 사과하면 어때?"
부성훈은 아주 당당하게 굴었다.
허지은은 손바닥이 부을 정도로 힘을 꽉 주고는 눈을 질끈 감고 쉰 소리로 말했다.
"미안해, 잘못했어."
"진심이 안 느껴져."
허지은은 참을 수밖에 없었다.
"너한테 화내면 안 돼, 말 들었어야 하는데, 미안해."
부성훈은 한참 침묵하더니 시원해하는 듯 웃었다.
"잘못한 걸 알면 됐어, 네 계좌에 돈 이체해 줄 거니까 먼저 써."
전화를 끊자 허지은은 창피한 걸 생각할 겨를도 없이 다급하게 돈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이체 금액을 보자 그녀는 멍하니 서 있었다.
"윙-"
부성훈한테서 카톡이 왔다.
[2천만 원이면 네 동생 구하기에 충분할 거야, 더 없어, 나머지는 다 내가 번 거야.]
자기가 번 거라...
지금 그들의 계좌에 유동 자금이 1600억이 되었고 일부는 회사의 계좌에 있었다.
그녀가 그동안 힘들게 벌었는데, 고작 2천만 원밖에 없다고?
나머지를 자기가 벌었다고?
믿을 수 없었고, 받아들일 수 없었다. 수많은 감정들이 그녀를 눌렀기에 허지은은 손에 힘까지 풀렸다.
휴대폰이 바닥에 떨어졌고 마침 응급실로 가던 침대가 눌러서 화면이 바로 까매졌다.
허지은은 휴대폰을 주을 힘도 없었다.
"허 대표님?"
주민서는 여기서 그녀를 만날 줄 몰랐다.
이렇게 초라한 모습으로 있는 걸 볼 줄은 더더욱 몰랐다,
복도에 갓 나타난 남자는 올 블랙으로 입었고, 구두에는 빗방울이라고 없었고 또렷한 얼굴 윤곽에 아주 짧은 헤어스타일이었는데, 보기만 해도 다가가기 힘든 모습이었다.
그는 주민서가 '허 대표님'이라고 부르는 걸 들었다.
저 여자가 허지은?
"민서 씨..."
허지은은 아주 급하게 말했다.
"제가 문제가 생겨서 그러는데, 혹시... 돈 좀 빌릴 수 있을까요? 제 남동생이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카드에 문제가 생겨서요."
주민서는 망설임 없이 바로 직원한테 카드를 건넸다.
"비밀번호는 777777입니다."
"감사해요, 내일 갚아드릴게요."
그녀는 허지은을 잡고 옆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별일 아니에요, 왜 그래요? 팔이랑 손이 다 까졌어요."
"괜찮아요."
허지은은 고개를 저었다.
"대표님 휴대폰이예요?"
허지은은 화면이 깨진 그 휴대폰을 보고는 시선을 거두었다.
"아니요."
그건 쓰레기였다.
그녀가 영원히 다시 줍지 않을 쓰레기였다.
"오빠?"
허지은은 넋을 놓고 있었기에 누군가 온 걸 보지 못했고, 오로지 동생의 상황에만 관심이 있었다.
주민호는 고개 끄덕이고는 제일 끝에 있는 사무실에 들어갔다.
"아가씨, 이분이랑 아는 사이세요? 아까 제가 실수로 이 아가씨를 차로 쳤거든요, 다친 데는 어때요?"
기사가 얼른 묻자 허지은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괜찮아요, 제가 너무 급하게 뛰어서 그런 겁니다, 그쪽 탓이 아닙니다."
"혹시 불편한 곳 있으시면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기사는 얼른 명함을 건넸다.
"괜찮아요."
허지은은 겨우 억지 미소를 지었다.
"허지욱 보호자분 어디 있습니까?"
누군가 부르자 허지은은 얼른 뛰어갔다.
주민서도 허지은이 바쁜 걸 알고는 더 방해하지 않고 오빠한테 갔다.
오빠가 드디어 돌아왔다. 더 오지 않았으면 그녀가 더는 국내의 그 사람들을 누를 수 없었다.
-
하룻밤 지나서야 허지욱의 상황이 많이 좋아졌고 수치들이 모두 안정적이 되었다.
사실 심하게 다친 건 아니었지만 피를 많이 흘렸고, 허리를 다쳐서 앞으로 움직이는 데 영향 될까 봐 의사 선생님이 급하다고 한 거였다.
"누나?"
눈을 뜬 허지욱은 그녀를 보고 아주 흥분해서, 몸에 상처도 상관할 겨를 없이 따져 물었다.
"안현시의 소식을 이제야 알았어, 부성훈이랑 어떻게 된 거야? 왜 신부가 바뀐 거야?"
그는 평소 가끔 안현시의 뉴스를 보곤 했고, 누나한테 문제가 없는지 보곤 했었다.
하지만 요즘 학업이 바빴고, 이렇게 큰 일이 있었는 줄 몰랐기에, 알고 나서는 바로 안현시에 가려 했는데 이렇게 사고가 나게 된 거였다.
동생이 자신을 찾으러 오다가 이렇게 됐다는 걸 알게 되자, 허지은은 마음이 찢어질 것 같았다.
"내 걱정하지 마, 나랑 부성훈은 비즈니스 전략이니까 신경 쓸 필요 없어."
"무슨 비즈니스 전략이길래 신부를 바꿔야 해?"
허지욱은 아주 똑똑했고 누나처럼 비즈니스 머리가 있었다.
다만 그녀의 멍청함이 너무 티 났을 뿐이었다.
허지은도 우스울 정도였다.
"부성훈이랑 헤어졌어?"
허지욱이 날카롭게 물었다.
"내가 누나 동생이잖아, 나한테 숨길 게 뭐 있어?"
허지은은 말하지 않았다.
"진짜 헤어졌어?"
허지욱은 아주 지지하는 것 같았다.
"잘 됐어, 차라리 이직해! 성진에서 계속 누나 스카우트하려고 하지 않아? 우리 룸메이트 사촌 형, 그러니까 성진 그룹 대표가 곧 돌아올 거래."
"누나, 부성훈은 안 돼, 배은망덕한 놈 같아, 그러다 나중에 모두 잃는 수가 있어."
허지욱은 여전히 아무것도 모르고 타일렀다.
하지만 지금 동생의 말이 현실이 됐다는 걸 모르고 있었다.
허지은은 머리가 아주 복잡해 났다.
"먼저 쉬어."
그녀는 자신이 몰래 카드에 숨긴 돈을 꺼내서 얼른 주민서한테 돌려줘야 했고, 그리고 전화번호를 새로 사고 휴대폰도 새로 사야 했다.
그동은 그녀가 겉으로 번 돈은 모두 부성훈 카드에 있었다. 하지만 그가 이렇게 파렴치하게 모두 삼켰을 줄 몰랐다.
다행히도 허지은은 몰래 돈을 남겨주었다.
그 돈들은 원래 편인의 자금으로 쓰려고 했는데, 이렇게 초라할 때 구제금으로 쓰게 될 줄 몰랐다.
-
원장 사무실.
주민서는 아주 좋은 소식을 듣게 되었다.
"오빠, 허지은 씨가 부성훈이랑 헤어진 것 같아. 자수 부서로 발령 났대, 사무실로 다 비웠대."
업계의 인사이동 소식은 거의 숨길 수 없었다.
남자는 휴대폰을 보며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한참 지나서야 그가 말했다.
"시간 잡아, 내가 직접 얘기할게."
아마 허지은이 부성훈 회사와 모순이 있다는 게, 곧 안현시에 퍼질 것이다.
다른 자수 회사와 남방의 금수 수업 그룹에서도 모든 방법을 써서 그녀를 스카우트하려고 할 것이다.
국제에서도 부족한 인재인 양면 자수 수낭을 싫다고 할 사람이 어디 있겠어?
눈먼 부성훈만 모르는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