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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장

"네 물건은 밖에 버렸어, 알아서 가져가." 부성화는 허지은의 꼴만 봐도 불쾌해했다. 그녀는 허지은이 자기 오빠가 번 돈으로 살면서, 자기가 능력 있다고 생각하는 게 싫었다! 여자는 남자 말 들어야지! 허지은은 귀가 먹먹해 났고 화를 참고 있어서 부들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부성훈, 다시 말해 봐." "내 말을 안 들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야지. 내가 몇 번이고 경고했는데도 전혀 말 안 들었잖아. 그렇다면 교육해 줘야지. 지금 나한테 사과하고 잘못을 인정하고 나중에 다시 나한테 대들지 않겠다고 하면, 집 명의를 다시 나한테도 돌릴 수도 있어." 다시 자기 이름으로 돌린다고? 그게 허지은이랑 무슨 상관이지? 부성훈이 그런 말을 내뱉자, 허지은은 자신이 사람을 잘못 믿은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그동안 성실하게 일했고 부성훈과 서로를 나누지 않고, 돈도 모두 같이 관리했기에 그의 은행카드에 돈을 넣고 필요한 사람이 쓰도록 했다. 처음에는 부성훈이 그녀한테 뭘 샀냐고 묻지 않았다. 몇 년 전부터 매번 허지은이 2천만 원이 넘는 돈을 쓰게 되면 부성훈은 따져 물었다. 그래서 그가 '네가 절반을 냈다는 걸 누가 증명할 수 있지'라는 말을 했을 때, 허지은은 온몸에 찬물을 끼얹은 듯 오장육부까지 시려왔다. 때문에 그녀는 부성훈의 말을 잘 믿지 못했다. 그녀는 웃으며 앉아 말했다. "그런 거라면, 내 명의로 돌리는 건 안 돼?" 그 말을 하면서 그녀는 마음속으로 부성훈이 들어주면 괜찮지만, 안 된다고 하면... 그런데 부성훈이 오히려 되물었다. "네 명의로? 왜?" 왜라니? "허지은 너 정말 뻔뻔하네! 이건 우리 오빠 집이야!" 백아연도 맞장구쳤다. "지은아, 집 갖고 싶으면 돈 벌어야지, 달라고 하면 어떡해?" 그들의 역겨운 얼굴을 보며 허지은은 인내심이 바닥나고 있었다. 허지은은 다른 사람과 더 말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부성훈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진짜 어떻게 된 일인지는 우리 둘이 제일 잘 알아, 이런 방식으로 나한테 사과를 요구해? 네 그 알량한 체면 지키려고 그래?" "허지은, 주제넘지 마!" 부성훈은 그녀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반박하는 걸 참을 수 없었다! 허지은이 그의 마지노선을 밟은 거였다! 하지만 허지은도 부성훈이 이렇게 파렴치한 걸 받아줄 수 없었다! 그녀는 애써 침착함을 유지했다. "다시 말하지만 이 별장을 사는데 나도 반 보탰어." 부성훈이 갖고 싶어도, 적어도 그때의 가격으로 돈을 돌려줘야 했다. 두 사람이 결혼하지 않았기에 공동재산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별장이 몇 년간 집값이 올랐다. 그녀가 재벌이 아니었고 게다가 그동안 힘들게 번 돈을 모두 편인에 투자했기에 그녀는 부성훈한테 빚진 게 없었다. 부성훈도 표정이 바뀌더니 싸늘하게 웃었다. "그래, 네가 돈 냈다는 증거 가져와 봐. 가져오면 돈 줄게." 증거? 증거가 어디 있어? 그때 그들은 서로 의지할 사람이 서로 밖에 없었고 가난했지만 서로를 나누지 않았었다. 허지은은 그를 너무 믿었고 그가 배은망덕한 놈이 아닐 거라고 믿었는데 이렇게 될 줄... 현실의 그녀의 뺨을 세게 내리쳤다. "그러니까 인정 안 하고, 이 별장을 독차지하겠다는 거지?" 허지은이 마지막으로 묻자 부성훈이 일어서 말했다. "허지은, 할 수 있는 거 다 해 봐. 내가 없으면 네가 뭘 할 수 있는지, 안현시에서 널 도와줄 사람이 있는지 똑똑히 볼 거야. 그동안 대체 누가 누굴 도와줬는지 너한테 똑똑히 보여주고 싶네! 주제를 알아야지!" 허지은은 그저 그의 명의를 빌어 밖에서 존경을 받는 거였다. 그 사장님들도 부성훈의 체면을 봐서 허지은을 허 대표님이라고 불러주는 거였다. 자기가 진짜 허 대표님이라도 되는 줄 알아? 주제를 알아야지! 두 사람이 그러는 걸 보자 백아연은 얼른 따뜻한 물을 들고 가며 말했다. "컥컥, 훈아 싸우지 마. 지은이가 여자잖아, 보는 눈이 없어서 돈만 생각하는 게 정상이지. 네가 고생하는 걸 생각하지도 않고 이런 걸 다투려고 하잖아. 지은아, 너도 고쳐야 해." 그녀의 말은 부성훈의 마음에 딱 들었기에 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자신을 빤히 보고 있는 허지은이 너무 괘씸했다! 그녀가 굴복하지 않을수록 부성훈은 점점 화가 났다. 때문에 하는 말이 모두 칼날이 되어 허지은을 세게 찔렀다. "안 가? 여긴 이제 네 집이 아니야." 그들은 서로를 너무 잘 알았기에, 어떤 말로 상대한테 상처를 줄 수 있는지 너무 잘 알았다. 허지은은 집을 아주 소중히 생각했고 집이 필요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이 집은, 다른 사람들이 모두 차지했고, 그녀는 하소연할 자격도 없었다. "빨리 꺼져!" 부성화는 별장에 얼마 남지 않은 허지은의 물건을 그녀의 발 옆에 던졌다. 그건 그녀가 편인의 이름을 알리려고 만든 몇 개 작품들이었다. 그녀가 팔지 않고 계속 소장하고 있었는데, 지금 다시 보니까 너무 싸구려 같아 보였다. 허지은은 뒤로 물러서 다시 한번 자신이 정성을 들여 인테리어했던 집을 바라보았다. 모두 낯설어졌다. 그녀는 발밑에 있는 자수품을 줍지 않았다. 허지은은 새빨개진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네 말이 맞아, 네가 날 낯설게 느껴질 수 있어, 넌 대체 내가 어떤 모습인지 제대로 안 적 없었거든." 부성훈을 위해, 편인을 위해, 허지은은 진작에 자신이 아니었고, 모든 걸 참고 견디면서 아무런 원망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엄마처럼 일 잘하고 집을 잘 보살피면 행복한 가정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게 되려면 배신하지 않을 남자가 있어야 했다. 아쉽게도 부성훈은 그런 남자가 아니었다. 별장을 나오자, 허지은의 눈물이 조용히, 그리고 아주 가볍게 그녀의 바지에 떨어졌다. 마음이 너무 아팠기에 그녀는 거의 넋을 놓은 좀비 같았다. 가을이 오고 있었기에, 저녁이 거의 될 쯤, 마치 덥고 길었던 여름이 끝나는 걸 축복하듯 비가 내렸다. 허지은은 걷다가 힘이 들어 길옆에서 멍을 때렸다. 갈 곳이 없었다. 부성훈이 오늘 그녀의 직무를 처리했고, 비서한테서 그녀의 사무실을 모두 비웠다고 연락이 왔다. 이제 집까지 없어졌다. 지금 그녀의 기분을 분노로는 설명할 수 없었다. 약지에 있던 약혼반지가 조용히 바닥에 떨어졌고, 거센 비바람이 불어 반지가 어디로 굴러갔는지 알 수 없었다. 온몸이 젖었고 추워서 몸을 부들거리는데 차 한 대가 그녀한테 불을 비쳤다. 부성훈의 차였다. 그는 차에 앉아, 걱정이라고는 없는 표정을 하고는, 빗물이 자기 비싼 셔츠를 젖힐까 봐 차 창문도 조금만 내리고 말했다. "네가 사과하면, 널 용서해 줄 수 있어. 허지은, 주제를 알아. 내가 없으면, 네가 안현시에서 살 수 있겠어? 네 그 자존심이 몇 푼이나 된다고 그래?" 그는 여전히 허지은이 사과하는 것에만 관심을 가졌다. 그는 자신이 틀렸다는 걸 인정하기 싫었다. 그는 자신이 이렇게 하는 게, 모두 허지은이 말을 안 들어서이기 때문에, 그녀한테 교훈을 주려는 것뿐이라고 생각했다. 모든 게 아주 말이 되는 것 같았다. 허지은은 앞으로 걸어갔고 그와 말도 섞고 싶지 않았다. 손에서 휴대폰 진동이 울려서 보니 남동생한테서 걸려 온 거였다. 그녀는 얼른 목소리를 고치고 말했다. "여보세요?" "허지욱 씨 누나 되십니까? 여긴 송성 병원입니다. 동생분이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상황이 아주 심각합니다, 빨리 오셔서 사인해 주셔야 합니다!" 그분의 말투는 아주 다급했다. 허지은은 머리가 텅 빈 것 같았다! 동생한테 문제가 생겼어... 그녀는 재빨리 주차장으로 뛰어가 차를 찾으려고 했다. 하지만 부성훈이 차로 그녀의 앞을 막았다. "허지은, 사과하라고! 사과하면 우리 계속 사귈 수 있어." 허지은은 그의 말이 들리지 않았고 머리에 동생 생각밖에 없었다. 부성훈이 차에서 내리더니 그녀의 손을 잡고 미친놈처럼 집착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급하게 누굴 만나러 가? 나보다 더 중요하다는 거야?" "동생한테 문제 생겼어, 당장 비켜!" 허지은은 세게 그를 밀어냈다. 비를 타고 부성훈의 매정하고 악독한,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천박한 목숨이잖아,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공부하고 있어, 쓸모없는 병신이잖아, 뭘 걱정할 게 있어?" 허지은은 몸을 부들거리더니 갑자기 머리를 돌려 온 힘을 다해 부성훈의 뺨을 내리쳤다. 폭풍우 속에서 그녀의 눈빛의 열정은 모두 사라졌고 모두 싸늘함으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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