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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장

문이 열리고, 심주영의 비서가 차에서 내렸다. “고남연 씨.” 허명진은 심주영을 발견하자,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도 비서님.” 고남연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인사했다. 이런 상황에 도 비서는 미소를 지으며 고남연에게 말을 걸었다. “고남연 씨. 농민공들의 월급을 대신 받아주는 일은 정말 감사합니다. 심 비서님께서 식사를 대접하고 싶어 하시니 이제 직접 뵙고 싶습니다.” “좋아요.” 고남연이 말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허명진을 바라보았다.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윤북진의 상대가 아주 많네요.” 허명진은 피식 웃었다. 허명진의 비아냥거림에도 고남연은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고 앞으로 두어 걸음 나아가더니 몸을 약간 앞으로 기울이며 나지막이 말했다. “그래서 말인데요 허명진 씨. 저를 어떻게 해보려고 해도, 당신은 격이 안 맞아서 안 돼요.” 그 말에 허명진의 눈빛은 순식간에 급변했다. 고남연을 바라보는 눈빛이 아까보다 훨씬 싸늘해졌다. 그러자 고남연은 못마땅한 미소를 지으며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허명진의 옷을 정리하고는 먼저 자리를 떠났다. 도 비서는 그녀에게 차량 뒷문을 열어주었다. 심주영은 차 안에서 허명진을 슬쩍 쳐다보고는 여유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차가 점점 멀어지는 것을 지켜보던 허명진의 표정은 갈수록 굳어졌다. 그는 A 시에는 유능한 사람이 너무 많고, 그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했다. 차가 시동을 걸자 심주영은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 “남연아. 지난번 일은 정말 고마웠어. 계속 밥을 사주고 싶었는데 밖에서 계속 회의하고 이제야 돌아왔어.” 그 말에 고남연은 싱긋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렇게 말하니 사양하지 않을게.” 그렇게 두 사람은 한창 이야기를 나누었다. 차는 한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사실, 고남연은 심주영이 초대한 식사 자리에 참석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저 심주영이 사무실까지 찾아오고, 게다가 마침 허명진도 그 자리에 있었던 바람에 얼떨결에 승낙한 것이었다. -- 한편, 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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