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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장

윤북진은 전혀 두렵지 않았다. “허명진도 그저 너하고만 싸울 수밖에 없을 거야.” “그래?” 고남연은 눈썹을 치켜올렸다. “고객과 약속이 있어. 사무실로 데려다줘.” 그 말에 윤북진은 바로 고남연을 사무실로 데려다주었다. 저녁, 고남연이 퇴근하고 나올 때, 파란 스포츠카 한 대가 바람을 일으키며 사무실 아래에 멈추었다. 고남연은 그것이 허명진의 차라는 것을 알아채고 발걸음을 멈추었다. 차 안, 허명진은 창문을 내리고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고 고남연에게 말을 걸었다. “정말 이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네요?” “뭐. 그럭저럭 괜찮아요.” 고남연이 말했다. “타요, 모셔다드릴게요.” “아니요. 당신 차로 가다가 차가 갑자기 전복할까 봐 걱정돼요.” 그녀가 조금 전 허명진을 함정에 빠트렸는데, 감히 그의 차를 타라니…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아무도 장담할 수 없었다. 고남연이 차에 타지 않자, 허명진은 서둘러 차에서 내렸다. 그는 천천히 고남연에게 다가가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고남연 씨, 지금 겁먹은 거예요?” 고남연은 검은색 와이드 팬츠 주머니에 두 손을 넣은 채 그의 차를 힐끗 쳐다보았다. “저를 데리러 올 거면, 앞으로 더 좋은 차를 몰고 오세요.” 그 말에 허명진은 자신의 차를 힐끔 돌아보았다. 그러면서 고남연을 바라보며 말했다. “고남연 씨의 그 몇천만 원밖에 하지 않는 아우디보다는 훨씬 나은 거 같은데요?” “본인이 무슨 차를 몰든 전 상관하지 않아요. 하지만 남자의 차는 오로지 한정판만 타거든요.” 고남연이 말했다. 고남연은 허명진의 약점을 들추고 있었다. 그는 지난번에 윤북진과 서로 차를 빼앗으려다가 윤북진에게 지고 말았었다. 그럼에도 허명진은 화를 내지 않고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고남연 씨랑 대진 그룹의 법무대리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그 말에 고남연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허명진 씨. 지금 투항장을 내미는 겁니까? 아직도 고신남구의 프로젝트를 마음에 두고 있는 건가요?” 대진 그룹의 법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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