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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장

바 안의 조명은 아주 어두웠고 남녀가 뒤섞여 대화를 나누는 소리에 음악 소리까지 아주 시끄러웠다. 고남연이 입을 열기도 전에 여자가 다시 말을 이었다. “북진이 오늘도 집에 안 들어가고 다른 여자랑 있대?” 주정연은 양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은 채 옅은 미소를 지었다. “다 늦은 밤에 허진주 너도 술 마시고 한탄하러 온 거야?” “근데 뭐. 확실히 그럴 만도 해. 윤북진의 여자 친구는 바뀌고 또 바뀌는데 2년 동안 넌 번호표도 못 뽑고 있네?” “주정연 너….” 허진주는 순간 화가 치밀었다. “그래서? 넌 고남연이 진짜로 윤북진의 아내라도 되는 줄 알아?” “고남연보고 윤북진한테 남편이라고 부르라고 해보든가, 윤북진이 대답이라도 한 대?” 원래는 허씨 가문과 윤씨 가문의 사이가 더 좋아 양가 어르신들은 그녀와 윤북진에 대한 혼담까지 나누던 차였는데 고남연이 그 자리를 홀랑 빼앗은 것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은연중에 고남연에게 시비를 걸며 방해를 해왔었다. 오늘 간만에 직접 마주치기까지 했으니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주정연이 입을 열었다. “남연이가 윤북진을 불렀을 때 대답할지 안 할지는 모르겠는데, 네가 부르면 윤북진은 절대로 대답하지 않을 거란 건 알겠다.” 그렇게 말한 주정연은 눈썹을 들썩였다. “허진주, 졌으면 좀 인정해. 괜한 수작질 부리지 말고.” 허진주는 그 말에 버럭 화를 냈다. “내가 져? 넌 고남연이 뭐라도 되는 줄 알아? 해천 아저씨가 잠깐 뭐에 홀린 게 아니었다면 고남연에게 그럴 기회라도 있었을 것 같아?” “게다가, 쟤가 북진이를 붙잡을 수나 있어? 북진이가 쟬 아내 취급을 해줬어, 체면을 살려줬어? 혼인 신고를 한 지 벌써 2년이나 지났는데 결혼식은 아직도 안 하고 있잖아. 그동안 북진이가 여자를 몇이나 바꿨는데 고남연은 아직도 모르겠대?” “그거 다 북진이가 이 결혼과 고남연한테 불만이 있어서 반항하는 거잖아. 그런데 아직도 뻔뻔하게 물고 늘어지다니. 나였으면 진작에 뛰어내렸을 거야. 뻔뻔하게,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말이야.” 주졍연의 표정이 어두워지자, 허진주가 계속 말을 이었다. “그리고 너, 주정연. 가정 교육을 못 받은 건지, 넌 네가 여자인지 남자인지 알기나 해? 맨날 이게 무슨 꼴이람.” 허진주의 소란을 고남연은 그저 무시하고 있다. 그녀가 주정연을 모욕하자 곧바로 테이블에 있는 잔을 들어 그대로 허진주의 얼굴에 뿌렸다. “허진주, 말 다 했니?” 여지수가 그녀의 앞에서 소란을 피운다면 어디 눈길 한 번 줄지도 몰랐다. 그도 그럴 것이 여지수는 윤북진의 곁에 남아서 윤북진의 비서 노릇이라도 할 줄 알았다. 하지만 허진주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윤북진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를 쳐다도 보지 않았었다. 다 허씨 가문에서 먼저 아부를 떠는 것이었다. 그런 급의 사람이 눈에 들 리가 없었다. 고남연이 뿌린 술에 얼굴이 젖자, 허진주는 순식간에 폭발했다. 그녀는 들고 있던 가방으로 고남연을 향해 휘둘렀다. “고남연, 감히 나한테 술을 뿌려?” 이내 고남연과 주정연은 허진주 일행의 여섯 여자와 싸우기 시작했다. 비록 머릿수에서는 밀렸지만 고남연과 주정연은 얼마 지나지 않아 허진주 일행을 전부 쓰러트리고 말았다. 바에서 나온 고남연은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양 청장님, 저 해오름의 고남연입니다. 드릴 말씀이 있어서 연락드렸어요….” 고남연이 전화를 건 사람은 경찰서의 2인자였다. 바로 일전에 그는 귀찮은 이혼 소송에 엮여 있었고 그걸 해결한 사람이 고남연이라 그는 고남연의 지혜를 몹시 마음에 들어 하고 있었다. 30분 뒤, 고남연이 집에 돌아갔을 때, 허진주가 바에서 소란을 피우다 경찰한테 잡혀갔다는 뉴스는 각종 포탈의 핫 키워드로 떠올랐다. 논란이 되며 순식간에 인터넷에는 허진주의 친구들이 줄줄이 등장해 그녀의 평소 행실에 대해 폭로하고 있었다. 학창 시절 때 괴롭힘을 당했다던가, 남자 친구를 빼앗겼다든가 하는 일들이었다. 이런 여자는 진작에 교육을 받았어야 했다. 비록 허씨 가문에서 빠르게 기사들을 지우고 허진주를 꺼내긴 했지만, 허진주는 꽤 크게 혼이 났다. 모든 잘못을 고남연에게 밀었지만, 그녀는 고남연에게서 멀어지고 그녀와 윤북진의 일에 그만 끼어들라고 혼만 났다. 속에서 열불이 들끓고 있던 고남연은 허진주의 소란으로 인해 화가 적잖이 가라앉아버렸다. 그녀와 주정연의 인연이라면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했다. 그때 당시, 그녀와 주정연은 막 중학교 1학년이 된 나이였다. 당시의 그 일은 섬뜩하기 그지없었고 하마터면 주정연의 인생을 망칠 뻔했으며 주정연이 과묵해지고 이미지가 바뀌게 된 원인이기도 했다. 샤워를 마친 고남연이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려는데 안방의 문이 벌컥 열렸다. 고개를 드니 윤북진이었다. 고남연이 시선을 거두자 윤북진이 안으로 들어서며 말했다. “고남연, 너에 대해 다시 알게 됐어.” 자신이 밖에 나가자마자 사고를 치다니, 집안 어르신마저 무슨 일이냐고 전화할 정도였다. 고남연은 일어나 앉으며 말했다. “욕심도 적당히 부려. 그리고 윤북진, 적당히 해.” 자신이 허진주와 왜 싸웠는지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일들을 생각하면 고남연은 윤북진이 자신의 체면을 바닥으로 깎아내렸다고 생각했다. 그게 아니라면 오늘 밤에 허진주가 그녀에게 그렇게 모욕을 줄 리가 없었다. 그러니 윤북진을 본 고남연은 화가 치밀었다. 윤북진은 정장 겉옷을 벗어 옷걸이에 걸며 셔츠 소매를 걷더니 보일 듯 말 듯한 미소를 지었다. “지금 내 일에 간섭하는 거야? 윤북진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자 고남연이 말했다. “오늘 밤엔 네 얼굴 안 보고 싶으니까, 나가.” “애 안 가질 거야?” “응.” 윤북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정말 이 기회를 버릴 거야?” 고남연은 속이 갑갑해지더니 별안간 속에서 울화와 서러움이 차올랐다. 이렇게 지내는 부부가 어딨단 말인가? 아이를 낳으려는 것도 굽신거리며 부탁하고 남편의 눈치와 기분에 따라야 한다니. 고남연의 눈빛이 점점 차가워졌다. 그녀는 별안간 윤북진의 앞에서 자신의 존엄을 챙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차갑게 일갈했다. “꺼져.” 윤북진은 두 눈을 가늘게 뜨며 흥미를 보였다. 그는 벗은 벨트를 이용해 그녀의 턱을 들어 올렸다. “고남연, 아까 전의 그 기세는 어디 갔어?” 윤북진의 벨트를 잡아챈 고남연이 그대로 그에게 휘둘렀다. “안 꺼져?” 사람은 누구나 성질머리가 있었다. 24시간 내내 윤북진에게 미소를 지으며 상대할 사람은 없었다. 고남연은 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났고 윤북진은 그럴수록 흥미가 돋아 허리를 숙여 그녀와 시선을 맞췄다. “나 오늘 되게 그럴 기분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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