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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장

작년에 고남연이 그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를 그는 기억하고 있었다. 당시에 그는 회의를 하고 있었던 탓에 나중에 하정준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보라고 했지만 고남연은 아무 일 아니라고 했었고 얼마 뒤 그는 출장을 갔었다. 윤북진의 안색이 굳는 것을 본 주정연은 자신이 내내 참고 있던 말도 했겠다 고남연을 보며 말했다. “남연아, 우선 쉬고 있어. 나중에 다시 보러올게.” 주정연이 떠난 뒤, 고남연은 윤북진이 차갑게 굳은 얼굴로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는 평소 같은 얼굴로 돌아왔다. “됐어, 인상 그만 써. 나같이 걱정거리 덜어주는 와이프 있으면 좋아해야지.” 말을 마친 그녀는 윤북진에게 말했다. “근데, 이 일로 정연이한테 뭐라고 하지 마. 넌 모르겠지만 너 지금 정연이 상처 들춰내고 있는 거야.” 다른 사람이 언급하는 건 당연히 안됐고 자신의 남편이 그러는 건 더더욱 말이 안 됐다. 아무렇지 않아 하는 고남연에 윤북진은 손을 들어 그녀의 뒷덜미를 잡더니 확 잡아당겼다. “고남연, 너는 감정이라는 게 있어?” 그는 고개를 숙여 고남연을 쳐다봤다. 한 번 손해를 보면 그다음부터는 아예 빙빙 돌아가며 절대로 다시 엮이지 않으려 하는 고남연의 고집을 떠올린 윤북진은 별안간 조금 간담이 서늘해졌다. 왠지 언젠가 자신이 바로 그녀가 피해 가는 그 문제가 될까 봐 걱정이 되는 듯햇다. 윤북진의 질문에 고남연은 재밌다는 듯 웃음을 터트렸다. “감정이 없으면 어떻게 살아?” 그러더니 말을 덧붙였다. “내가 아픈데 빈손으로 온 것도 모자라서 나한테 성질이나 부르고, 대체 왜 그러는 거야?” 고남연이 무심하게 웃으며 질책하자 윤북진은 천천히 잡고 있던 목을 풀어줫다. 손을 들어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은 그가 물었다. “이렇게 큰일을 왜 나중에라도 알려주지 않은 거야?” 만약 다른 여자였다면 분명 이 일로 평생을 잔소리하며 평생 들춰냈을지도 몰랐겠지만 고남연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줄무늬 병원복을 입은 고남연은 별거 아니라는 듯 웃으며 말했다. “다 지나간 일이잖아. 어차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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