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7장
하인과 윤북진이 인사를 할 때 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찔러 넣은 윤북진은 이전보다 훨씬 밝아졌고, 이전처럼 그렇게 엄숙하지 않다.
마치 잘 먹고 잘 논 것 같았다.
" 오늘 도련님 기분이 정말 좋아 보이시네요.”
"그러게요! 방금 웃었어요, 도련님이 웃는 건 처음 봐요.”
고남연은 하인의 작은 중얼거림을 들으며 생각했다.
‘밤새 날 괴롭혔는데 기분이 나쁠 리가?
이윽고 두 사람이 식탁에 앉았을 때 강정숙이 국물을 올렸고 고남연은 눈이 휘둥그레져 자신의 그릇과 젓가락을 내려놓고 강정숙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주머니, 국물은 필요 없어요, 이 정도면 충분해요.”
강정숙이 오기도 전에 고남연은 멀리서 해삼과 녹용 냄새를 맡고 황급히 국물을 내오지 말라고 했다. 그런데 강정숙이 난처해하며 말했다.
"사모님, 부인께서 어제 직접 보내신 신선한 식재료예요, 도련님께 꼭 먹으라고 당부까지 하셨어요.”
고남연이 말했다.
"도련님이 필요 없어요.”
윤북진이 더 마시면 고남연은 자기가 침대에서 내려오지 못할까 봐 걱정되었다.
강정숙은 고남연의 말을 듣고 처음에는 어리둥절했지만, 윤북진과 고남연이 부부 관계를 확고히 한 것을 깨닫자, 그녀는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알겠어요. 사모님, 가지고 갈게요.”
강정숙은 뒤돌아서는 순간 얼마나 환하게 웃었는지 금방이라도 손자를 볼 것만 같았다.
고남연의 반대편에 앉은 윤북진은 고남연의 겁먹은 모습을 보며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고 식탁 밑에서 고남연의 다리를 거리낌 없이 문질렀다.
고남연은 헛웃음을 치며 죽 한 그릇 떠주었다.
"얌전히 밥 먹어.”
잠시 후, 두 사람의 식사가 끝나기도 전에 진해영에게 전화가 걸려 왔는데, 먼저 윤북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북진아, 내가 어제 끓여준 보신탕 다 먹었어?"
윤북진이 입을 열기도 전에 진해영이 말했다.
"북진아, 너 저번에 사람들 앞에서 설전에 아이를 가지겠다고 약속했잖아. 명년에는...”진해영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윤북진은 전화를 바로 끊었다.
곧바로 진해영의 전화가 고남연에게 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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