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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장

바닥에는 똑똑 떨어지는 소리가 났고, 하예린의 눈물이 쏟아져 흘러내렸다. 예전 같았으면 나는 분명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며 마음 아파했겠지만, 이번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조용히 바라만 보고 있었다. 하예린 같은 사람도 나를 위해 눈물을 흘릴 줄이야? 그녀는 흐느끼며 내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임진우, 나도 너랑 같이 출국할래.” 그녀가 이 말을 하려면 얼마나 큰 결심이 필요했는지 나는 잘 알고 있었다. 그녀의 가족과 친구들은 전부 국내에 있고, 커리어 역시 여기서 잘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나와 함께 해외로 가려면, 모든 걸 내려놓아야 한다. 나는 고개를 돌렸다. 더 이상 어떤 감정의 동요도 없을 줄 알았는데, 막상 이런 상황이 되니 내 가슴이 왜 이렇게 아픈 걸까? 나는 어렵게 입을 떼며 거절했다. “미안해, 예린아. 나는 너를 데려갈 수 없어.” 하예린이 앞으로 나와 나를 껴안았고, 그녀의 눈물이 내 셔츠를 적셨다. “진우야, 너를 위해서라면, 나는 국내의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있어. 나는 너를 원해. 나도 데려가 주면 안 돼?” 나는 마음이 약한 편이지만, 이번만큼은 하예린을 밀어냈다. “예린아, 우리 헤어지자. 우리는 원래부터 다른 세계의 사람이었어. 이제 난 지쳤어. 내 세계로 돌아가고 싶어.” 하예린의 눈물은 멈출 줄 몰랐고, 목소리는 쉰 상태였다. “싫어, 나는 동의하지 않아. 난 동의 못 해. 내가 동의하지 않으면 우린 헤어지는 게 아니야!” 나는 자조적인 웃음을 터뜨렸다. “너는 기뻐해야 하는 거 아니야? 이 관계에서 너는 나와 네 삶을 공유하고 싶어 하지 않았고, 내가 너를 간섭하는 것도 싫어했잖아. 오늘 이후로는 아무도 너를 간섭하지 않을 거야.” 하예린은 내 팔을 붙잡고 간절히 말했다. “내가 약속했잖아. 올해 설에는 너와 함께 보내겠다고.” 나는 그녀의 손을 떨쳐내고 쓴웃음을 지었다. “아쉽게도 우리에겐 내년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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