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97장 엔딩 13
“세간에 이름을 날린 댄홀 부인은 로피 가문의 구세주 같은 존재였어요. 렉스틴 귀족과 업계의 신화 같은 분이면서도 내게는 악몽과도 같은 존재였어요. 과장해서 한 말이 아니라 정말 말 그대로 악몽이었어요.”
정소라가 웃었다. 렉스틴으로 돌아와서 ‘정소라 사모님’으로 불리게 된 후로 이렇게 진지했던 적은 별로 없었다. 사람들이 익히 알고 있는 정소라 사모님은 오버스럽고 화려하면서도 향락에만 빠져있는 사람이었다. 정소라는 꿋꿋하게 말을 이어 나갔다.
“천재는 보통 사람과 자신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 모른다잖아요. 모든 사람이 자기와 같은 사고방식과 효율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자기보다 생각이 뒤처진 사람을 쓰레기 취급하죠. 저희 어머니가 그러셨거든요.”
“어머니는 타고나길 ‘비즈니스 머신’으로 태어났어요. 저는 어머니처럼 비즈니스에 민감한 사람은 처음 봤어요. 분위기를 압도하는 능력도 탁월했고요. 결단을 내릴 때도 정확하고 과감했어요. 너무 완벽한 어머니를 보면서 나는 역사를 통틀어 엄마와 견줄 수 있는 사업가가 없다고 생각할 정도였으니까요.”
정소라가 어깨를 으쓱거리더니 말을 이어갔다.
“그러니 어머니는 12살이 될 때까지 영어 사전보다 훨씬 두꺼운 경제학 이론을 외워내지 못하는 저를 보고 멍청하다고 생각했어요. 12살이라 아는 단어도 그렇게 많지 않았는데 말이죠.”
하객들이 웃으며 호응했다. 현장에는 전설 같은 댄홀 부인의 전기를 아는 사람들이 많았기에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렉스틴 경제를 쥐락펴락하면서 경쟁상대들을 벌벌 떨게 한 이름이었으니 말이다.
정소라가 한숨을 내쉬더니 말을 이어갔다.
“제 유년 시절은 어머니의 분노와 야유를 들으며 자랐어요. 아무도 그런 환경에서 아무렇지 않게 자랄 수는 없었을 거예요.”
“아무튼 저는 버티기 힘들었어요. 하여 18살이 되던 해의 어느 비 오는 밤, 나는 짐을 정리하고 모아둔 전 재산을 들고 가출했어요.”
“용산으로 갔고 대한 제국에서 대학교를 졸업해 같은 수준의 친구들도 사귈 수 있었어요. 그제야 나는 정상적인 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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