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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8장 당신은 아무것도 없지만, 난 다 있어

여진수의 말과 행동들 덕분에 권소혜는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것 같았다. 권소혜는 숨을 크게 내쉬며 입술을 깨물고 말했다. “자꾸 나한테 아기 달래듯 하지 마.” 그러자 여진수가 좋은 생각이라는 듯 말했다. “작은고모와 여보 중에도 우리 권 변호사님은 아기라는 애칭을 고른 거야? 그러면 원하는 대로 앞으로는 아기라고 불러줄게.” 그러자 권소혜가 여진수를 노려보며 말했다. “하기만 해봐. 정말 입을 찢어버릴 거야.” 여진수는 웃으며 권소혜의 입가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이번에는 권소혜도 피하지 않았다. 여진수는 다정한 눈빛으로 권소혜를 바라보며 계속 말했다. “잠깐 앉아 있어. 가서 마실 거 좀 뽑아 올게.” 권소혜도 자기 입가가 이미 말랐다는 걸 미처 눈치채지 못했다. “응.” 자판기는 복도에서 돌아가야 보이는 곳에 있었고 여진수는 복숭아 맛 음료 두 개를 뽑았다. 그때 오지성이 어슬렁거리며 나타나 여진수를 바라보며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 “여진수 씨, 그런 입에 바른말들로 소혜를 꼬셨나 보죠?” 여진수는 오지성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고 자판기에 동전을 넣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저랑 제 아내 사이를 굳이 오 변호사한테 설명할 필요가 있나요?” 그러자 오지성이 참을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소혜가 저러는 건 가상에 눈이 멀어 잠깐 고통을 잊은 거예요! 이건 진짜 트라우마를 극복한 게 아니라 또 다른 허상에 갇힌 거예요.” 그러자 여진수가 웃으며 말했다. “궁금한데, 왜 꼭 트라우마를 극복해야 하는 거죠?” 자판기에서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음료 두 개가 떨어졌고 여진수는 음료를 꺼낼 생각이 없이 몸을 돌려 여진수를 바라봤다. “사람들은 인생을 살면서 분명 크고 작은 고난과 역경들을 마주해요. 하지만 인생을 돌이켜보면 한 번의 고난, 한 번의 역경은 정말 살아온 인생과 그동안 걸어온 길들에 비해 너무나도 작은 한 번의 넘어짐일 뿐인데. 그건 아무것도 아니에요. 한 번의 실패가 인생 전체를 좌지우지할 수 없는데 사람들은 꼭 그걸 극복하고 뛰어넘으려 하죠...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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