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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7장 여진수의 언어치료

여진수는 뻔뻔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 봐봐, 매일 붙어 다니면서 뽀뽀해달라, 안아달라 하잖아. 일 분이라도 너를 못 보면 떼쓰고, 아이 같지 않아? 응? 어차피 우리는 고모와 조카, 누나와 동생, 사람과 강아지, 이렇게 많은 관계가 있는데 엄마와 아이 하나 정도 더 추가해도 괜찮지 않아?” 권소혜는 거의 여진수의 터무니없는 말에 놀라서 정신을 차림 셈이었다. “미쳤어?” 여진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내가 미친 거면, 의사와 환자라는 관계 하나 추가해도 되겠네. 아무튼 네가 원하는 건 다 좋아.” “...” 권소혜는 여진수를 밀쳐냈다. 아까처럼 역겨워서 밀어내는 게 아니라 정말 단순히 여진수의 말에 어이가 없고 창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진수는 다시 그녀를 품속에 안았다. 권소혜는 이미 지칠 대로 지쳐 있었고 아까까지만 해도 자신을 괴롭히던 아픈 기억과 통증들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두 눈을 감고 속삭였다. “네 잘못이 아니야...” 여진수가 대답했다. “당연히 내 잘못이 아니지. 난 제일 억울한 사람이야. 나 미워하면 안 돼.” 여진수는 당당하게 말했고 그 당당함이 오히려 권소혜 마음속에 있던 잡생각들을 다 물러가게 하는 것 같았다. 권소혜는 크게 숨을 들이쉬고 여진수에게서 나는 은은한 향기를 맡았다. 매일 아침 그 향기 속에서 눈을 떴기에 너무나도 익숙한 향기였다. 권소혜를 안심시키는 그런 향기였다. 여진수가 갑자기 메고 있던 네이비색 타이를 풀었다. 그리고 타이로 권소혜의 두 눈을 감싸며 말했다. “법정을 보고 싶지 않으면 안 보면 그만이야. 자.” 그리고 권소혜의 머리 뒤에서 타이로 리본을 묶고 고정하며 계속 말했다. “눈을 가리면 돼. 법전에도 변호사가 재판 때 눈을 가리면 안 된다는 법은 없잖아?” 권소혜의 눈앞이 캄캄해졌다. 식물인간으로 3년을 누워있어서일까. 권소혜는 이미 어둠에 익숙했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게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여진수는 고개를 숙여 타이 위로 그녀의 눈에 입을 맞췄다. “작은고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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