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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1장 오지성을 이용하다

식사를 마치고 권소혜와 오지성은 도로를 따라 걸으며 산책했다. 하늘은 이미 완전히 어두워졌고 길가의 가로등이 길을 비춰주었다. 두 사람은 걸으면서 전 직장은 폐업했고 그 자리에 어플을 개발하는 작은 스타트업 회사가 들어온 걸 알게 되었다. 또 올해가 바로 두 사람이 졸업한 모교 창립 100주년 행사이고 기회가 되면 같이 가자고 했다. 그리고 몇 년간 일어난 기이한 사건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 킬러를 고용해서 살인 청부를 했는데 상대방에게 매수되어 고용인을 살해한 사건, 아내를 살해해서 보험비를 받으려고 했는데 아내가 죽지 않고 보험회사와 함께 남편의 살인 증거를 찾아낸 사건... 두 사람은 웃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고 마치 다시 행복했던 그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오지성은 심지어 행복했던 시간이 모두 자신의 상상일 뿐이고 잠시 꾼 아름다운 꿈은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 하지만 이 공기와 온도, 그리고 귓가에 들리는 권소혜의 웃음소리까지 이 모든 게 꿈이 아니란 걸 말해주고 있었고 심지어 권소혜가 3년 동안 혼수상태에 빠진 게 오히려 잘된 일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적어도 이제는 오지성을 원망하지 않으니 말이다. 권소혜는 마음의 병을 앓고 있어서 모든 감정에 메말랐기에 오지성을 증오하지도 역겨워하지도 않았다... 이건 분명 좋은 일이다. 오지성은 권소혜가 영원히 좋아지지 않기를 바랐다. 권소혜는 3년간 혼수상태 후 머릿속의 지식도 누가 지우개로 지워버린 것만 같다고 했다. 그래서 지금은 법 한 줄도 외우지 못하는 상태라고 했다. 근로자들을 도와 임금을 받아내는 공익 사건을 배정받았는데 자료가 충분함에도 며칠을 고민해도 어디서부터 파고들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고 했다. 오지성은 이 순간을 머릿속 깊이 기억하려는 듯 계속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내일 점심 같이할래? 자료를 갖고 나오면 내가 보고 알려줄게... 소혜야, 기억해? 네가 맡은 첫 번째 사건의 소장도 내가 봐줬잖아.” 권소혜는 고개를 숙이고 바닥을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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