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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0장 좋은 남편상

권소혜도 오지성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 오지성은 안경을 벗고 눈가를 닦으며 말했다. “십 년 전에 우린 명성도, 돈도 아무것도 없었어. 이 집을 계약한 것도 여기가 저렴해서였잖아. 근데 나는 그때가 제일 행복했던 시절 같아.” 권소혜는 오지성의 말을 무시하며 말했다. “그때는 돈이 없었던 게 아니라 서로 신분을 숨기느라 돈이 없던 척을 한 거지.” 두 사람이 금방 만남을 시작했을 때는 서로 어느 가문의 자제인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반년 정도 만나고 나서야 오지성은 오씨 가문 둘째 도련님이고 권소혜는 권씨 가문 외동딸이라는 걸 서로 알게 되었다. 오지성이 웃으며 말했다. “일부러 숨기려 했던 적은 없어.” 권소혜가 대답했다. “응. 얘기했었잖아. 부모님이 형만 신경 쓰고 넌 집에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라고. 네 직업도 신경 쓰지 않아서 가문에게 제일 쓸모없는 변호사라는 직업을 선택한 거라고. 오씨 가문의 힘을 빌리고 싶지 않아서 대학입시부터 해외에서의 연수 과정, 그리고 취업도 자기 힘으로 이룬 거잖아.” 권소혜의 말을 들은 오지성의 눈빛이 흔들렸다. 권소혜가 이렇게 다 기억하고 있을 줄 몰랐다. “형이 너무 뛰어나서 거의 모든 걸 형한테 쏟아부은 셈이지. 나한테도 아예 신경을 쓰지 않은 건 아니지만 모든 걸 건 형과 비교하면 그것도 차별이었지.” “그래서 나는 십여 년 동안 오 변호사가 이렇게 된 건 형과의 기싸움, 부모님과의 기싸움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가족들에게 보여주고 싶었고, 자신이 훌륭한 사람이라는 걸 증명해 보이고 싶었으니까.” 오지성은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십 년이 지났지만 결국 나를 제일 잘 아는 사람은 소혜 너야.” “이번 일, 부모님과 형은 무슨 생각이셔?” 권소혜의 말은 걱정으로 들렸다. 그러자 오지성은 차갑게 웃으며 대답했다. “나한테 폐 끼치지 말래... 마치 고씨 가문 일이 정말 내가 한 것처럼 말이야.” “그럼 스스로 자신을 구해.” 권소혜가 차분하게 말했다. “전처럼 혼자 자신을 구원하고 다시 당당하게 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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