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30장 죽게 내버려 두다
이서아와 김하나는 잠시 멍해졌다.
권소혜는 음료수 빨대를 가볍게 휘저으며 원래 층이 나뉘어 있던 색깔이 섞이는 것을 바라보았다.
“아마도 PTSD가 있는 것 같아요.”
즉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있다는 것이다.
“걷게 된 후 로펌으로 돌아갔어요. 예전처럼 일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거든요. 이혼 사건 하나를 맡았는데 법정에 서자마자 온몸에 식은땀이 나고 한 마디도 할 수 없었어요.”
권소혜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
“다행히 그 사건은 그저 개정 절차를 밟는 것뿐이었고 변호할 필요가 없었어요. 그렇지 않았다면 정말로 변호사 업계에서 망신을 당했을 거예요.”
이서아는 말이 없었다.
그녀는 한때 법조계에서 가장 빛나는 별이었다. 그녀가 맡은 사건은 거의 패소하지 않았기에 한 세대의 전설로 불릴 만했다. 심지어 오지성도 그녀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스스로를 업계의 수치로 자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녀를 이렇게 만든 세상이 원망스러웠다.
이서아는 숨이 막히는 듯한 느낌에 겨우 말을 꺼냈다.
“... 심리 치료는 받았어요?”
“네, 받았어요.”
권소혜가 평온하게 말했다.
“약을 처방받아서 먹고 있어요. 상태가 좋지 않으니 당분간 변호사 관련 일을 하지 말라고 하더군요. 치료가 우선이잖아요.”
두 친구의 눈에 걱정이 가득한 것을 보자 권소혜는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 원래 웃음이 별로 없던 그녀가 지금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는 거의 10년 동안 변호사 일을 했어요. 사실 이미 지쳤어요. 이 기회를 빌어 은퇴하고 뒤에서 문서 작업만 하며 더 이상 법정에 서지 않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그녀는 두 사람에게 음식을 덜어주며 가볍게 말했다.
“이렇게 돈도 많은데 직업 하나 잃었다고 못 살 이유는 없어요. 괜찮아요.”
“이렇게 되면 오히려 개인 시간이 많아져서 여행도 갈 수 있잖아요. 오래 전부터 서북 지역을 운전하면서 여행하고 싶었어요. 혼자서 오프로드 차량을 타고 차에 텐트를 싣고 다니다가 가는 곳마다 멈춰서 잠도 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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