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1장 증거

갑자기 하늘에서 벼락이 쳤다. 김하나가 숨도 안 쉬고 말하는 바람에 이서아는 말릴 틈이 없었다. “김하나.” 한수호가 이미 뒤돌아서서 이서아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까만 눈동자는 지금 하늘처럼 어두웠다. 신강인이 계단에서 이 상황을 보고 차에서 내려 다가가려다 김하나의 말을 듣고 발걸음을 멈춰 한수호와 똑같이 이서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한수호가 부축했던 백인하에게서 손을 떼자 백인하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아기... 아기...’ “아기가 없어졌다고?” 한수호는 말투에 아무런 감정도 실리지 않은 채 이서아에게 물었다. “언제 있은 일이야?” 이서아는 목에 뭐가 꽉 막힌 것처럼 말이 나오지 않았다. 한수호는 최근 몇 개월 동안 발생한 일을 재빨리 돌이켜보더니 안 믿는 눈치였다. “거짓말을 해도 분수를 지켜. 네가 언제 임신하고 유산할 시간이 있었어?” 이서아가 웃는 것 같았다. “거짓말이라면 거짓말이겠죠.” 이서아는 김하나를 잡고 신강인과 함께 자리를 뜨려고 했다. 한수호가 이서아의 손을 낚아채면서 말했다. “똑바로 말하고 가. 네 친구도 직장 잃게 하고 싶어?” 이서아가 갑자기 고개를 돌리자 김하나는 차라리 사실대로 말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거짓말 아니에요. 나한테 증거 있어요. 서아, 확실히 유산했어요. 바로 한수호 씨가 이 계집애랑 좋아서 시시덕거릴 때 서아 혼자서 병원에 3일 입원해 있었어요. 몸조리도 못 했는데 한수호 씨가 서아를 진성으로 쫓아버려 서아가 몸이 안 좋은 거예요. 이게 다 한수호 씨 탓이예요.” “저번에 서아가 당신한테 잘못했다고 했잖아요. 서아는 잘못한 게 없어요. 전부 당신 잘못이에요.” 한수호는 김하나를 보면서 표정 없는 얼굴로 말했다. “증거 가져와요.” 김하나가 말했다. “지금 없어요. 집에 있어요.” 그러자 한수호가 낮은 소리로 말했다. “지금 같이 집으로 가요. 감히 날 속이면 가만 안 둘 거예요.” 이서아가 눈을 감았다 다시 뜨면서 말했다. “한수호 씨, 나를 괴롭히고 우리 엄마를 괴롭히고 이제 하나까지 괴롭히면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