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2장 우리 이젠 평등해졌어

김하나는 얼굴이 백지장이 된 채 방에서 걸어나오더니 버벅대며 말했다. “내가... 그 보고서를 노트에... 끼워 넣었어. 그런데... 그 노트를 못 찾겠어.” 워낙 황당하기 그지없던 사건이 김하나의 말에 더 우스워졌다. 신강인이 눈썹을 모으면서 이서아를 바라보자 이서아는 그저 입꼬리만 살짝 씰룩였다. 똑같이 한수호도 아무 표정 없이 서 있었다. 김하나는 애써 그 노트가 확실히 존재한다는 사실로 자기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단 것을 증명하려 했다. “서아야, 너도 알잖아. 그 파란색 노트 말이야. 표지에 내 이름이 적혀있잖아. 네가 나한테 아직도 학교 때처럼 노트에 이름을 적고 다닌다고 놀렸잖아. 기억 안 나?” 이서아는 그 노트를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각자 자기 방이 있고 평소에 김하나의 방에 자주 안 가니 그 노트가 어디에 있는지 이서아는 알 수 없다. 그때 백인하가 한수호의 뒤에 서서 얼굴을 싸맨 가제를 만지며 낮은 소리로 물었다. “증거가 없단 뜻이죠?” 이 말에 오피스텔 내의 온도가 한층 더 차가워졌다. 김하나는 기를 쓰고 자신이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설명했지만 이서아는 더는 한수호를 마주하고 있는 게 싫었다. 한수호는 처음부터 이서아가 유산했다는 사실을 믿지 않았고 지금 와서도 아마 이 모든 것은 김하나, 아니 이서아와 김하나가 한수호의 고소한다는 말이 두려워 둘이 꾸민 자작극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김하나는 한참을 말하다가 갑자기 생각났는지 흥분하면서 말했다. “기억났어. 그 날밤 내가 손님 전화를 받고 손님이 옵션을 변경하겠다고 해서 내가 그 노트에 메모해서 이튿날 회사에 가져갔어. 그 노트, 회사에 있을 거야. 그 보고서가 그 노트 속에...” 갑자기 김하나는 이어서 계속 말할 용기가 없어졌다. 회사에 가져간 뒤 어디에 뒀던지 기억이 안 나고 지금 회사의 어느 구석에서 뒹굴고 있을 것을 생각하자 김하나는 보고서가 그 노트에 그대로 끼어있을지 확신이 없었다. “지금 회사에 가볼까요?” 그러자 한수호가 쌀쌀하게 대답했다. “대체 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