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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장

“그럼 먹어! 오늘 저녁엔 일단 집에 들어오지 마.” 임세린은 그냥 내가 어디서 뭘 하는지 물어봤다. 그에 약간 이상했다. 왜냐하면 임세린은 내 행적을 자주 묻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리고 왠지 임세린의 말투가 이상했다. 집에 들어가지 말라는 건 또 무슨 뜻일까? 설마 내가 기분 나쁘게 했나? 짧은 몇 초 사이 나는 빠르게 요즘 내가 했던 일을 되돌아보았다. 하지만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무슨 일 있어?” 내가 조심스럽게 떠보았다. “알지 말아야 할 일은 너무 생각하지 마.” 말을 마친 임세린은 전화를 끊었다. 난 그저 웃으며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임세린이 간섭하지 말라고 했으니, 난 그저 고분고분 듣기만 하면 된다. 오늘 박겸 집에서 자기로 했다. 이때 박겸이 날 보며 웃었다. “너희는 내가 본 부부 중에 제일 이상한 부부야. 둘 하는 거 보면 가끔 서로 사랑하는 흔적이 보이는데, 서로를 힘들 게 하고 고통스럽게 하는 때가 더 많지. 임세린이랑 제대로 얘기해 볼 생각 없어?” “뭘? 지금 우리 사이가 괜찮아 보이지? 하지만 다 연기일 뿐이야. 임세린이랑 계약을 하나 했거든. 이제 알겠지?’ 술을 마셔서 그런지, 갑자기 나랑 임세린의 일을 전부 말하고 말았다. 심지어 내가 지금 어떤 심정으로 이 얘기를 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결혼이 더 무서워졌어. 난 원샷할게. 넌 그냥 조금만 마셔.” 박겸의 웃음이 갑자기 의미심장해졌다. 우리는 서로를 쳐다보았다. 왠지 모르게 박겸한테 무슨 고민이 있는 듯했다. 하지만 그가 말하지 않으니, 나도 묻지 않았다. 이게 아마 우리 둘의 케미일 것이다. 밥을 먹은 후, 2층에 가서 당구를 쳤다. 거의 박겸이 이기고 있었다. 내가 지루할까 봐, 가끔 봐주기도 했다. 우린 그렇게 저녁까지 놀았다. 시간은 어느덧 7시, 난 임세린의 지시대로 집에 가지 않고 박겸의 집에 갔다. 하지만 참 우연이었다. 어두운 불빛 아래서 박겸 집 앞에 어떤 여자가 서 있는 게 보였다. 약간 뜻밖이었다. 박겸 이 자식, 오늘 만났을 때만 해도 좋아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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