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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장

하지만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겠는가? 지금은 그냥 육세훈을 이기고 싶고 그를 화나게 하고 싶었다. 아무튼 그가 불쾌해한다면, 내 기분은 좋았다. 다만 지금 내가 혼자라는 걸 고려하지 못했다. 그래서 내가 눈치채지 못했을 때, 육세훈의 눈빛이 이미 이상해졌다. 심지어 흉악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는 갑자기 손을 들고 내 뺨을 때렸다. 그리고 절반 피던 담배로 내 얼굴을 지지려고 했다. 육세훈에게 맞아서 당황해진 난, 순간 머릿속이 순간 하얘졌다. 그가 날 때릴 거라고 예상 못 했다. 담배의 뜨거운 온도와 자극적인 냄새가 나랑 가까워지자, 그제야 드디어 정신을 차렸다. 나는 몸부림을 치면서 그 담배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그러자 육세훈이 나에게 무거운 발길질을 했다. 난 그의 상대가 전혀 아니었다. 그 한 발에 속이 울렁거리면서 하마터면 게거품을 물뻔했다. 간신히 참아낸 나는 안간힘을 쓰며 벤치에서 일어나 육세훈에게 덮쳤다. 나도 화가 있는 사람이다. 특이 남자가 몸싸움할 때, 상대가 아니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흥분해서 미친 듯이 달려들곤 한다. 난 마치 짐승처럼 곧장 육세훈에게 덤볐다. 하지만 내 몸이 너무 허약했다. 특히 암 때문에 날이 갈수록 몸이 점점 말라가고 있었다. 그리고 한동안 임세린한테 시달려서 거의 뼈랑 가죽밖에 남지 않은 상태였다. 난 아주 쉽게 육세훈의 발에 걸려 넘어졌다. 그는 날 발로 짓밟으며 내가 익숙하지 않은 더러운 욕설을 퍼부었다. 가끔 영어까지 들리곤 했다. 그러면서 발로 아주 세게 찼다. 난 너무 아파서 머리에 식은땀이 났다. 강한 타격에 위액을 토해내면서 코피까지 줄줄 흘렸다. 내 상태는 완전 최악이었다. 심지어 오늘 이대로 죽을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그만해! 누구야? 뭐 하는 거야!” 내가 거의 의식을 잃기 전에 누군가가 이쪽의 상황을 발견했다. 그리고 날 감싸주는 목소리와 함께 긴치마를 입은 여자가 어렴풋이 보였다. 임세린인가? 난 거의 고집스럽게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잘 알고 있다. 임세린은 지금 출근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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