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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장

“무슨 뜻이지?” 난 일부로 육세훈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척했다. 하지만 난 그의 목적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나더러 임세린 곁에서 떠나란 뜻이잖아. 심지어 내 자신이 우스웠다. 만약 육세훈이 좀만 더 일찍 찾아왔으면, 아마 그의 조건을 받아들였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안 되었다. 난 이미 임세린과 계약했으니까. 최소한 그녀가 계약을 파기하기 전까진, 난 다른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육세훈이 날 찾아온 시기가 참 맞지 않았다. 내 말을 들은 육세훈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리고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며 날 쳐다보았다. “강주환, 그냥 직설적으로 얘기할게. 임세린 곁에서 떠나! 이제 알아듣겠어? 네가 원한다면 내가 얼마든지 줄게.” 육세훈의 눈빛은 충분히 위협적이었다. 그는 날 쳐다보면서 경고하고 있었다. 마치 내가 그의 말대로 하지 않으면 날 어쩌기라도 할 것처럼. 육세훈은 아마 내가 거절할 거라고 예상 못 할 것이다. 아무래도 애인이 초라해져서 헤어지자고 한 사람은 돈을 제일 중시할 테니까. 하지만 난 거절했다. “미안하지만, 안 될 거 같은데? 직접 임세린한테 찾아가서 나랑 이혼하라고 해도 되잖아? 날 찾아오는 건 너무 성의 없는 것 같은데.” 내 말에 육세훈은 단단히 화가 났다. 보아하니 최근의 임세린에 대해 이미 조사를 해본 모양이다. 그렇다면 내가 왜 성의 없다고 했는지, 이해가 갈 것이다. 아무래도 임진 그룹의 지분 양도서엔 내 이름이 쓰여있으니까. 바보가 아니라면 내가 지금 돈이 부족하지 않다는 정도는 알 것이다. 그러니까 육세훈은 지금 날 희롱하고 있는 셈이다. 여전히 고정관념으로 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주환, 좋은 말로 할 때 들어라. 너도 알잖아. 임세린한테 있어서 넌 아무것도 아니고 아무런 가치도 없다는 거. 유일한 가치라곤, 아마 너한테 복수할 수 있는 쾌감? 난 지금 널 도와주고 있는 거야. 그러니까 날 감사해해야지.” 육세훈의 인내심이 거의 바닥난 느낌이었다. 진짜인지 확실치도 않은 소문으로 날 설득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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